파크원 입주할지 고민하는 NH투자증권…안 들어오면 공실 불가피
파크원 투자 관계자 "다 지어지면 입주하겠다고 약속…이제 와 말 바꿔"

여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 ‘파크원’ (Parc.1) 빌딩이 내년 완공을 앞두고 그 자태를 드러내며 이목을 끌고 있다. 높이 318m, 전체 연면적 62만㎡(약 18만7550평)의 초대형 규모에 유명 건축 디자이너의 시그니처 디자인까지, 화제가 될 만한 요소들이 많은 건물이다. 그동안 여의도에는 없었던 백화점과 유명 해외 호텔까지 들어선다는 소식에 여의도 일대 상권이 활기를 띌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완공일이 다가올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파크원 입주가 합리적인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NH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입주하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파크원 측 관계자들이다.

파크원 건설 현상

당초 파크원 사업은 자본 부족과 소송 등으로 개발이 6년 가까이 중단되며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는데, NH투자증권이 금융주관사로 나서 직접 기관투자자를 연결해 자금을 조달한 덕에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금 규모 2조1000억원에 달하는 여의도 파크원(Parc1)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관을 통해 100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크원 측은 내년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할 계획이지만, 여의도 신축 오피스가 늘어나고 기업들이 여의도 밖으로 나가는 현상이 지난 몇 년간 지속되면서 공실률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다. 파크원은 오피스 빌딩 2개동과 호텔 1개동, 판매시설 1개동으로 구성돼 있는데 호텔 1개동에는 페어몬트 호텔, 판매시설 1개동에는 현대백화점이 입주를 확정했다.

오피스 빌딩 2개동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관건인데 상황이 좋지 않다. 현재도 여의도 오피스 지역 공실률이 높은 수준인데다 내년 여의도 우체국 빌딩, KB금융그룹 본사 빌딩, 사학연금 빌딩 등 오피스 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임대료 인하가 불가피해 임대수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공실에 대비하고자 파크원 측은 최근 오피스 1개동에서 3개층을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에 맡기는 계약을 추진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당초 파크원 투자 관계자들은 NH투자증권의 입주를 유력하게 생각하고 공실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NH투자증권은 파크원 입주에 대해 객관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선을 긋고 있는 분위기다. NH투자증권 측은 파크원 입주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현재 쓰고 있는 사옥을 2021년에 비워주기로 한 만큼 시간을 갖고 여의도 내 여러 오피스 빌딩과 입주 조건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 측은 "임차 확약은 한 적 없고, 임차 확약과 매입 확약은 별개의 건"이라며 "임차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임차 약속을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이 파크원에 입주하지 않을 경우 파크원 측이 입을 타격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이 입주하면 한꺼번에 많은 면적의 임대를 해결할 수 있고, 건물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를 누릴 수가 있는데 이 같은 이점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파크원 입주를 하지 않을 경우 오피스타워II를 PF 조달 자금인 7000억원에 사주겠다는 약속을 파크원 측과 했다. 건물을 시세 대비 헐값에 넘겨야 하는 파크원 입장에서는 최악을 겨우 면한 차악책에 해당한다.

파크원 측은 "NH투자증권의 입주는 처음부터 확정된 바 없다"며 "공실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크원 투자에 참여한 이들은 투자를 유치하던 때와 달리 주판알을 튀기고 있는 NH투자증권의 태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계약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여러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오피스타워II에 직접 입주하겠다는 점을 강하게 피력했었다"며 "이런 약속이 없었다면 많은 투자자들이 자금 조달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의 새 랜드마크를 두고 양 측이 어떤 결론을 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