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에서 개막된 G20 정상회의 무대에서 세계 주요국 간의 외교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만 빼놓고서다. 이번 G20의 주최국인 일본의 아베 총리는 최소 19개 국가 및 국제기구 정상과 회담을 할 예정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만나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이웃만 뺀 것이다. 한국 외교사에 남을 일이다. 일본의 옹졸함도 문제지만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이 한참 전부터 예견됐는데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그제 인터뷰에서 "과거사와 별개로 일본과 미래 지향 협력을 하겠다"고 했는데 의미 없이 형식적으로 하는 말로 들린다.

미국·일본·인도는 지난해 11월 아르헨티나 G20에 이어 오늘 다시 3자 정상회담을 갖는다. '인도·태평양 구상' 비전을 공유할 예정이다. 미국이 새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짜면서 핵심 파트너로 일본·인도를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도 한국의 자리는 없다. 과거 다자회의 때 종종 개최된 한·미·일 3국 회담은 이번에 아예 논의조차 안 됐다고 한다. 한국이 중국 눈치를 보느라 인도·태평양 구상 참여를 꺼리는 동안 '한·미·일'은 '미·일·인도'로 바뀌었다. 얼마 전에는 미 국무부가 "한·일이 안 좋으면 우리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성공 못한다"고 한·미·일 3국 공조 균열을 공개 언급하는 수준까지 왔다.

일본은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 적극 협력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도 개선시키고 있다. 어제 중·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서로를 '영원한 이웃'으로 정의하고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일 이상의 역사·영토 갈등을 안고 있는 중·일이다. 그래도 중·일은 과거사와 국익을 분리해 외교 관계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관함식에는 일본 자위대 함정이 욱일기를 달고 참가했고, 일본은 10월 개최하는 해상자위대 관함식에 중국을 초청했다. 그러면서 한국엔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신(新)합종연횡'이 벌어지는 가운데 한국만 외톨이 신세다.

지금 동북아시아는 북핵과 미·중 무역 전쟁이라는 격랑 한복판에 서있다. 자칫 삐끗하면 경제와 안보가 동시에 위태로워지는 중대한 시점에 우리 외교는 남북 쇼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도 못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