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서 폭력 집회를 사전에 공모·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명환(54) 민노총 위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1일 법원에 출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 기능을 상실한 극우언론, 정당 기능을 상실한 극우 정당이 벌이는 민주노총 마녀사냥에 정부가 나섰다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마침내 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명백히 정부의 정책 의지"라며 "노동존중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문제 해결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권이 무능과 무책임으로 정책 의지를 상실하고선 (민주노총을) 불러내 폭행하는 방식의 역대 정권 전통에 따랐다"고 했다.

21일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그러면서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 개인이 아니라 100만 조합원, 나아가 2500만 노동자의 대표라고 한다. 결코 위축되거나 피하지 않겠다"며 "민주노총의 투쟁이 얼마나 정당하고 당당했는지 혼신의 힘을 다해 옹호하고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20분 후인 오전 9시 50분쯤 기자회견을 마치고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불법시위 주도 혐의 인정하는가" "집시법 위반 혐의 인정하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인정하나" "검찰에서 ‘모든 책임이 내게 있다'고 했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조합원 50여 명은 법원 앞에서 "노동탄압 중단하라!" "구속자를 즉각 석방하라!" "노동개악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문재인 정부의 노정관계 파탄 선언이며 노동탄압"이라며 총파업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 5월 민노총의 국회 내부 기습시위와 지난 3~4월 국회 앞 탄력근로제 반대 집회 등 총 네 차례 집회에서 조합원들의 폭력 행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주도한 네 차례의 집회에서 경찰관 79명이 폭행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 위원장이 민노총 조합원들의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가 상당하고,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도 다음날인 19일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21일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으로 예정돼 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늦은 밤쯤 결정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구속될 경우 민노총 현직 위원장 신분으로 구속되는 다섯번째 사례가 된다. 민노총 초대 위원장인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를 비롯해 단병호·이석행·한상균 전 위원장 등이 구속됐다. 앞서 구속된 위원장들 역시 모두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