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인 김모(16)군은 최근 시야가 흐려지고 어지럼증이 생겼다. 먹은 음식을 토하기까지 해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안과와 이비인후과에선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했다. 큰 병원에 가서 진단해보니 경추(목뼈) 주위에 생긴 통증이 원인이었다. 김군은 하루 3시간씩 스마트폰 게임 등을 즐기다가 목·어깨 통증이 생겼는데, 이를 줄곧 참고 넘겼다. 게임에 몰두하다 보면 별로 통증도 느껴지지 않기도 했다. 그러다 증상이 심해진 것이다.
김군처럼 일명 '거북목 증후군(경추 통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컴퓨터·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이 주원인이다. 컴퓨터 모니터나 노트북의 경우 받침대 등을 이용해 높이를 조절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은 고개를 숙인 자세에서 장시간 자세를 바꾸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거북목 증후군과 목 디스크, 안구건조증, 손목 터널 증후군 등을 묶어 '영상 단말기(VDT) 증후군'이라고 부르는데, 관련 질병 대부분이 빠른 속도로 환자가 늘고 있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거북목 증후군 환자가 2013년 182만명에서 지난해 211만명으로 5년 새 29만명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목 디스크 환자는 85만명에서 96만명으로 11만명 증가했다. 안구건조증의 경우 2013년 196만명에서 2017년 263만명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257만명으로 약간 줄었다. 마우스를 너무 써서 손바닥·손가락이 저린 '손목 터널 증후군'도 같은 기간 1만명 넘게 환자가 많아졌다.
◇국민 4%가 거북목 증후군
지난해 거북목 증후군 환자 수(211만명)는 전체 우리 국민의 4%에 해당된다. 의사들은 스마트폰 사용 증가가 주범이라고 본다. 2009~2010년 우리 사회에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지 약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스마트폰은 지하철·버스에서 책과 신문을 밀어냈다. 걸어 다니면서 스마트폰 하는 이들을 가리켜 '스몸비(스마트폰+좀비)'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 목뼈와 주변 근육이 지탱하는 무게가 바른 자세일 때와 비교할 수 없이 커진다. 이상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바른 자세보다 고개를 앞으로 3인치(약 7.6㎝) 정도 숙이면, 목뼈가 지탱해야 하는 머리 무게가 거의 3배가 되고, 4인치(10.2㎝) 숙이면 4배가 된다"고 했다. 성인의 머리 무게를 약 5㎏ 정도로 본다면, 고개를 7~8㎝ 숙일 때는 15㎏, 10㎝ 숙일 때는 20㎏ 정도의 무게를 목뼈와 주변 근육이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결국 목뼈 주변 근육이 '과로'를 하게 되면서 통증이 생긴다. 심하면 머리가 어깨 앞선으로 나와 있는 거북이 같은 모습으로 몸이 굳어진다고 해서 '거북목 증후군'이란 이름이 붙었다. '일자목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거북목 증후군 환자는 근육의 과도한 긴장으로 원래는 C자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할 목뼈가 일자로 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거북목 증후군이 있으면 두통이나 목·어깨 통증이 생기고, 목 디스크로 악화되기도 한다.
◇주말엔 하루 5시간 스마트폰 사용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2017년 기준 주중에는 하루 평균 24.7회, 1회 평균 7.2분씩 총 3시간 가까이, 주말에는 하루 평균 37.4회, 1회 평균 8.8분씩 5시간 넘게 스마트폰을 봤다.
아이들은 한 번에 길게 보는 게 문제다. 주중 기준으로 유아·아동(만 3~9세)의 경우 1회 평균 10.9분, 10대는 7.4분씩 스마트폰을 봤다. 성인(6.8분)보다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더 길었다.
이러다 보니 젊은 층에서도 '목과 어깨가 아프다'는 사람이 늘어난다. 지난해 거북목 증후군 환자 중 10대는 11만명, 20대는 25만명에 달했다. 10세 미만도 3만명 가까웠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것이 정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