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이장·통장 9만5000여 명에게 지급되는 수당을 내년부터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10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2004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린 지 16년 만이다. 민주당은 "주민 생활 일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이·통장의 사기 진작과 이를 통한 주민 서비스 향상이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나 인상으로 인한 추가 비용은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하게 해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 돈으로 생색을 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과 행정안전부,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는 13일 국회에서 당정(黨政)협의회를 열고 이·통장에게 매달 지급되는 기본수당 인상을 결정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통장은 지방자치에서 소금 같은 존재인데 이들의 헌신과 봉사에 걸맞은 사회적 대접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2004년 이후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액을 정했다"고 했다.
이·통장 기본수당은 2003년까지 월 10만원이었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20만원으로 인상됐다. 그러나 그 뒤로 15년간 동결되면서 이·통장의 업무에 비해 보상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근래에는 이·통장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이·통장에 대한 처우 개선을 주장해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정부·여당이 수당 인상으로 인한 추가 비용 전액을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현재 전국의 이·통장은 9만5198명으로, 이들에게 매달 10만원씩 더 주는 데 연간 1142억원이 든다. 당정은 이를 위해 행안부 훈령인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이달 안에 개정하기로 했다. 각 지자체는 원래 매년 중앙정부로부터 받아 지자체 사업에 쓰게 돼 있는 보통교부세 내에서 수당 인상분을 부담해야 한다. 지자체 입장에선 그만큼 다른 사업에 쓸 돈이 줄어드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여당이 내년 총선이 다가오니 현금 뿌리기를 통해 '꼼수 인상'을 한다"고 지적했다. 작년 11월 국회 행안위는 이·통장 기본수당을 월 40만원으로 올리기로 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2641억원을 2019년 정부 예산안에 포함시키자는 의견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예결특위에서도 이·통장 수당 인상 비용을 국비로 지원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행안부와 기획재정부는 "신중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결국 이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행안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이 야당에 협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수당 인상 방안을 결정해버렸다"며 "정치 도의상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그게 다 총선용"이라며 "(적절한지) 검토해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