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항공기 부품·자재 생산업체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TC)와 방산업체 레이시온이 9일(현지 시각)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합쳐서 약 1660억달러(약 197조원)에 달한다. 연간 매출은 약 740억달러(약 88조원)이다. 지난 20년간 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롭 그루먼,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이 지배해온 미국 방산업계도 요동칠 전망이다.
UTC와 레이시온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100%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방안을 발표했다. UTC 주주들과 레이시온 주주들이 합병법인 지분의 57%와 43%를 각각 보유하는 식이다. 양사는 이를 "대등한 합병(merger of equals)"이라고 표현하며 내년 상반기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새 법인의 명칭은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다.
UTC의 그레그 헤이즈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UTC와 레이시온의 합병은 항공·방산의 미래를 규정하게 될 것"이라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연구·개발(R&D) 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헤이즈 CEO가 합병 법인을 이끌고, 토머스 케네디 레이시온 CEO는 합병 기업의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새 법인의 본사는 보스턴에 둔다.
UTC는 에어컨 제조업체인 캐리어와 엘리베이터 제조업체인 오티스 등을 거느린 시총 114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그룹이고, 레이시온은 520억달러 규모의 방산업계 4위 대기업이다. UTC는 에어컨과 엘리베이터 사업 부문을 분사한 뒤 레이시온과의 합병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에어컨과 엘리베이터 부문을 제외하더라도 합병 법인의 시가총액은 1000억달러(약 119조원)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UTC와 레이시온의 합병을 점쳐 왔다. 주력 사업 분야가 다른 두 회사의 만남은 대형 방산기업 간 합병보다 상대적으로 규제 당국의 감시를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시온은 지난해 미국 정부 방위사업의 3위 수주기업이고, UTC는 8위 기업이다. 지난해 두 기업의 미 방위사업 수주실적은 총 243억달러로, 2위 기업인 보잉의 274억달러보다 불과 31억달러밖에 차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