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길준영 인턴기자] 메이저리그 최고령 선발투수 LA 다저스 리치 힐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좋은 투구를 하고 있다.
힐은 1980년생으로 올해 만 39세다. 매년 재능 넘치는 어린 선수들이 올라오는 메이저리그에서 운동능력이 떨어진 베테랑 선수들이 버티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힐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페르난도 로드니(42세), LA 에인절스 알버트 푸홀스(39세), 시애틀 매리너스 이치로 스즈키(45세)뿐이다. 이중 이치로는 이미 은퇴를 선언해 이제 힐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2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나이에도 힐은 여전히 선발투수로 뛰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7경기(40이닝) 2승 1패 평균자책점 2.25이다. 수 많은 젊고 힘 있는 유망주들이 끝내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메이저리그 선발 로테이션에서 힐은 여전히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힐이 더욱 대단한 점은 사실상 포심과 커브만 던지는 투 피치 투수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는 3가지 이상 구종을 구사해야 한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힐은 포심과 커브의 비율이 92.9%에 달한다.
포심 구속이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힐의 포심 평균 구속은 시속 90.4마일(145.5km)로 리그 평균(93.2마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좌완으로 한정해도 리그 평균이 91.9마일(147.9km)로 역시 평균 미달이다.
그럼에도 힐이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높은 회전수에 기반한 커브와 포심의 움직임이다.
메이저리그 공식통계사이트 베이브볼서번트에 따르면 힐의 커브는 회전수가 2925회로 리그 최정상급이다. 덕분에 커브의 움직임도 크고 날카롭다. 리그 평균적인 커브보다 3.9인치(9.9cm) 더 크게 떨어지고 7.4인치(18.8cm) 더 우타자쪽으로 휘어진다.
포심 역시 회전수가 2477회로 높은 편이고 리그 평균과 크게 차이나지는 않지만 조금 떠오르면서 우타자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움직임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힐의 스리쿼터에 가까운 릴리스 포인트와 맞물려 타자들이 힐을 상대하기 더 까다롭게 만든다.
힐은 이렇게 좋은 움직임의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적극적으로 꽂아넣으면서 타자들을 공략했다. 힐이 스트라이크 존 안에 공을 던진 비율은 55.5%로 리그 평균 49.9%보다 높았다. 스트라이크 존 외곽에 공을 던진 비율 역시 43.6%로 리그 평균(39.0%) 이상이다.
메이저리그는 점점 더 빠른 공을 선호하고 있다. 이제 100마일(160.9km)을 뿌리는 투수도 보기 어럽지 않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 힐은 속도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