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디자이너 석용배가 슈즈와 스니커를 완벽하게 결합해 내놓은 '슈커'가 고급 신발 분야의 맨 앞자리에 토즈(Tod's)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으로 보인다."(프랑스 일간 르푸앵)
"한국 디자이너 '용'이 신발로 구현해낸 융합 개념은 테크놀로지 발전으로 유연 근무제가 확산한 요즘 어떤 코드에도 맞춘다는 신선한 시각을 보여준다."(독일 일간 디 벨트)
'용의 시대'. 최근 해외 유명 매체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남성, 바로 한국인 패션·산업 디자이너 석용배(46)다. 2년 전부터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토즈'의 남성 슈즈 수석 디자이너를 맡은 그는 토즈 내 '실험실' 격인 '노 코드(No-Code)'의 총괄 디자이너도 맡아 클래식 슈즈와 스니커(운동화의 일종)를 결합한 '슈커'를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해외 매체들은 "과거 드라이빙 슈즈로 명성을 얻은 토즈가 '노 코드'의 슈커를 통해 다시 한 번 왕좌에 오를 것"이란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한국계 디자이너가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 수석 디자이너에 발탁된 적은 있지만 한국 국적의 토종 유학생이 총괄 디자이너 자리에 오른 건 석용배가 처음이다. 한성대 산업디자인과 졸업 후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며 이탈리아 유명 디자인 스쿨 에우로페오(IED)에서 공부한 석용배는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피린파리나에 입사하며 디자이너가 됐다. 이후 휠라, D&G, 발리를 거쳤다.
'슈커 03'의 아시아 론칭을 위해 최근 한국에 온 석용배는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인들이 흔쾌히 동양인을 앞세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면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내 존재 자체가 '하이브리드(융합)'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 듯하다"며 웃었다. "처음엔 '너 얼마나 버티나 보자' 하는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토즈의 장인(匠人)들이 '변화의 때가 왔다'며 저를 받아들일 때 '됐구나!' 싶었지요." 냉담할 정도로 무뚝뚝한 장인들에게 스케치를 보여주며 대화를 유도했다. "요즘엔 '미디어에 회장님보다 용이 더 많이 나와. 용이 언제 우리 얼굴이 됐어?'라며 농담도 하시죠."
'슈커 03'은 발포 고무 합성수지(EVA)와 고무를 특수 비율로 배합해 견고하면서도 전체 300g으로 가볍게 만들었다. BMW 디자이너였던 크리스 뱅글 등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를 비롯해 셰프, 우주인까지 각계각층 인사들에게 영감을 얻었다. "자동차와 신발은 도착지로 이동시켜 주는 '운송 수단'이란 점에서 맥이 통하죠. 승차감이 중요하듯 신발도 편안해야 하고, 앞·옆·뒤 모두 차별화된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그가 이끄는 실험실 '노 코드'는 이름 그대로 특정한 코드에 맞추지 않는다는 것. 석용배에게 미래형 신발은 어떤 모양일까. "요즘 주목받는 전기차만 해도 1830년대 이미 탄생해 시제품이 나온 적 있지요. 자율주행 시스템이 도입돼 우리 삶이 180도 바뀌기 전엔 결국 가장 본질에 충실한, 신어서 편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소유하고 싶은 신발이 최고의 미래 신발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