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의 전설’ 니키 라우다가 20일(현지 시각) 향년 7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은 21일 성명을 통해 "지난해 8월 폐 이식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이던 그가 월요일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라우다는 1975년과 1977년에는 페라리 팀 소속으로, 1984년에는 멕라렌 팀 소속으로 세 번씩이나 월드 챔피언을 거머쥔 사상 최고의 드라이버로 평가받는다. 1976년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 도중 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지만 이후 성공적으로 재기해 팬들 사이에서는 ‘불사조’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부상을 극복하고 복귀한 그와 라이벌 제임스 헌트의 이야기는 2013년 영화 ‘러시’를 통해 스크린에 옮겨지기도 했다. 헌트는 1976년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일본 그랑프리에서 자신의 유일한 세계 타이틀을 획득했다. 라우다는 당시 쏟아지는 폭우로 경기 진행이 위험하다고 판단, 두 바퀴를 돌고 기권을 선언했다.

은퇴한 뒤에는 항공 관련 사업을 시작했고, 최근까지는 메르세데스 AMG 팀의 비상임 의장으로 역할을 다해왔다. 2015년에는 직접 트랙에서 레이스 머신을 운전하는 등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첫 번째 아내 마를린과의 슬하에 2남을 두었으며, 그 중 차남 마티아스는 아버지의 피를 이어 레이서로 활약 중이다. 장남 루카스는 마티아스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두 번째 아내 비르기트와는 쌍둥이 남매를 낳았다. 라우다는 이밖에도 1명의 혼외자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8년 네덜란드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한 니키 라우다.

유명한 일화 중에는 1976년 뉘르부르크링 사고로 사경을 헤매던 중 병원 측의 제안으로 임종 성사를 치렀다는 이야기가 있다. 다른 선수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그는 당시 방염 처리된 옷이 녹을 정도로 거센 화염 속에서 오른쪽 귀 대부분을 잃고 며칠간 코마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 6주만에 이탈리아 몬차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 4위로 서킷을 완주했다.

페라리 팀 입단 첫 테스트에서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깡통 같은 머신이다"라고 잘라 말한 일화도 있다. 페라리의 창립자 엔초 페라리는 프런트 서스펜션을 고쳐달라는 그의 요구에 "레이싱 기록을 단 1초라도 줄이지 못하면 해고다"라고 엄포를 놨고, 라우다는 수정한 머신으로 1초 이상을 단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