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비주류 이인영 의원이 8일 선출됐다. 당초 당내에서의 예상은 이해찬 대표 등 친문(親文) 주류의 지원을 받는 김태년 의원이 우세할 것으로 봤지만 결과는 이 대표의 승리였다. 표 차이도 76대49로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컸다. 이 대표는 "경선 결과는 주류·비주류의 벽을 깨자는 선택"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 다수 의원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면 이런 의외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청와대와 이해찬 대표의 국정, 정치 운용 방식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당선이 힘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눈에 보이지 않게 퍼져 있다고 한다. 의원들은 누구보다 지역 민심을 민감하게 파악한다.

지금 민심은 이미 신뢰를 잃은 일부 여론조사 기관이 내놓는 수치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봐야 한다. 단적인 예가 지난 경남 창원과 통영·고성 보궐선거였다. 범여권 후보가 크게 이길 것이라는 창원은 사실상 5대5 박빙 승부였고 통영·고성에선 야당이 압승했다. 이를 본 민주당 의원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명백하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2년은 소득 주도 성장 실패와 무모한 탈원전으로 대표되고 있다. 소득 하위 40% 계층의 근로소득이 무려 37%나 줄었다. 자영업은 붕괴 수준이다. 국민은 김정은 비핵화 쇼의 본질도 알아가고 있다. 상식을 벗어난 '내로남불'과 '내 편 챙기기'뿐인 인사도 민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당선을 보며 박근혜 정권 때인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주류 유승민 의원의 당선을 떠올리는 분위기다. 당시도 정권 3년 차였고 지금처럼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이었으며 새누리당 의원들은 친박 패권주의에 떠밀려 가다가는 총선이 어렵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이런 위기 신호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