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중국 관영 CCTV의 ‘나를 기다려(等着我)’프로그램 무대에 오른 구이훙정(桂宏正⋅41) 부부는 10년 전 유괴됐던 아이를 찾았다는 얘기를 듣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미성년인 아이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날 아이는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다. 쓰촨성(四川省)의 옌커우(沿口) 진(鎭)에서 사라졌을 때 3세였던 아이를 찾기 위해 중국 전역을 돌아다닌 부부의 ‘한’을 풀어주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건 텐센트의 인공지능(AI)시스템이다.

텐센트의 요우투(优图)시스템은 아이의 용모가 크게 바뀌는 나이 대였지만 지금 얼굴과의 매치 정확도를 96%로 끌어올린 덕에 구이훙정의 아들외에도 10년 이상 외지로 떠돌던 6명의 유괴 아동을 부모 품으로 돌려보냈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중국 관영 CCTV는 지난 3일 10년 전 유괴된 아이를 찾는데 성공한 사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중국에서 AI는 오랜 세월 숨어 살던 범죄자를 잡는데도 ‘공’을 세우고 있다.중국에서 20년간 도피생활을 하던 범죄자가 스타트업 딥글린트(DeepGlint⋅格靈深瞳)의 AI시스템에 걸려 잡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딥글린트는 인간의 눈 구조에서 영감을 얻은 3차원 화상 분석과 패턴인식 시스템을 통해 최고 50m 떨어진 사람과 차량의 이미지를 캡처해낸다. 10억명 가운데 1명의 얼굴을 1초 안에 판별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딥글린트의 기술로 이미 100여명의 범죄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3월 490만달러를 투자한 딥글린트에는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캐피털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액셀러레이터 등도 투자했다고 SCMP는 전했다. 딥글린트는 자체기술을 자율주행 차량과 스마트 의료로봇 등에 응용하는 실험도 진행중이다.

텐센트의 요우투시스템이 쑤저우 거리에서 사기 용의자를 파악한 모습.

SCMP는 딥글린트가 중국 당국의 범죄와의 전쟁에 도움을 주는 AI 기업 센스타임, 이투, 메그비 등과 경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SCMP에 따르면 선전의 인텔리퓨전은 도로 무단횡단자와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를 잡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AI가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좋은 기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지만 통치 안정을 위해 사생활 보호까지 감시하는 국가권력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는 ‘나쁜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CMP는 딥글린트가 지난해 4월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우루무치 경찰과 공동 실험실을 만들었다며 이 회사 기술이 감시 대상을 파악하는데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100만명의 위구르인을 수용소에 두고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장에서는 공안 당국이 다양한 신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장 우루무치 파출소. 신장 공안당국은 위구르인 감시를 위해 다양한 신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트 워치(HRW)는 지난 2일 보고서를 통해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에 대한 감시를 위해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中國電科·CETC) 산하 자회사가 개발한 이 앱은 당국이 취합한 개인정보를 분석해 밀착감시 대상이 되는 36개 유형에 부합되는지를 자동으로 파악하고, 해당 사항이 있을 경우 당국에 자동 통지한다.

36가지 유형에는 △이웃과 교류하지 않고 앞문을 잘 이용하지 않는 자 △오랜 기간 출타하다가 갑자기 귀향한 자 △열성적으로 모스크에 금품을 기부하는 자 △이례적으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정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하고 피처폰으로 바꾼 자 등과 같이 유해하지 않은 행위까지 포함돼 있다고 휴먼라이츠워치는 전했다.

마야왕 휴먼라이트워치 수석 연구원은 "외국정부들은 중국의 놀라운 관행이 세계화 하는 것을 막기위해 강한 개인정보보호의 필요성을 인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신장의 모바일 앱은 과도한 개인정보 파악을 보여주는 한 사례일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은 2017년 기준 중국에 1억7600만대의 카메라가 공공장소와 개인장소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미국의 5000만대와 비교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4억5000만대의 카메라를 추가 설치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이 개인정보보호 법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지만 기업과 은행들만 대상이 될 뿐 국가 통치를 위해서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에서는 기업과 은행들이 모바일 앱 등록이나 요금 납부, 주민등록증 신청, 은행 대출 등의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의 생체정보까지 수집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소비자협회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다. 중국소비자협회가 실시한 다른 조사에서는 중국 내 100대 모바일 앱 중 91개가 개인정보 과다 수집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물론 중국 당국은 정부의 개인정보 파악에 대해 공공질서 유지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명분과 현실이 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 전지 전능한 가공의 통치자 ‘빅브라더’를 묘사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정부 부처 우애부는 질서유지와 혹독한 고문을 자행하는 곳이고, 평화부는 전쟁을 담당하고, 진리부는 역사를 개조하고 선전을 맡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