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황하나, 방송인 로버트 할리, 재벌3세 등 최근 마약 사범 검거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 의뢰도 쏟아지고 있다. 마약 생체 감정 및 검사를 총괄하는 국과수 법독성학과 김은미 과장은 "마약 검출 결과를 보통 10~15일 이내 경찰에 통보하는데, 요새는 검사량이 폭주해 결과 나오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릴 때도 있다"며 "그사이 용의자 체포 구금 기간이 지나서 도주 우려가 있음에도 풀어줘야 할 처지라 경찰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과수에 들어오는 마약 감정 의뢰 건수는 지난해 3월 1368건이던 것이, 올 3월에는 2403건으로 1.8배 늘었다. 마약 전담 직원이 거의 매일 야근하면서 처리하고 있다. 김 과장은 약학박사로, 국과수서 지난 30년간 약물과 마약 감정 분석 업무에 종사해 온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박유천은 제모와 염색 등으로 마약 투약 은폐 시도를 했는데, 어떻게 잡았나?
"다리나 팔 등 온몸에서 털 60여 개를 뽑아 필로폰 성분을 찾아냈다. 모근에는 마약 성분이 며칠만 머문다. 이후 모발 속 케라틴 단백질에 침착되어 한 달에 1㎝ 정도 자라는 모발 성장 속도에 따라 마약 성분도 머리카락 올을 따라 올라간다. 따라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거나 제모를 하면 마약 흔적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털은 천천히 자라거나, 중간에 휴지기로 남아 있어서 오래전에 투약된 마약 성분이 털에 남아 있고, 작은 털은 몸 어딘가에 다수 남아 있기에 필로폰 마약 검출을 회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마약은 투약 후 혈액에 12~24시간 머문다. 한나절 동안은 침에서도 나온다. 모근에는 3일 정도 머물고, 소변에서는 3~5일 후까지 검출된다. 마약 용의자 머리카락을 조사할 때는 모발을 3㎝ 단위로 잘라서 검사를 하는데, 그러면 3개월 단위로 역산하여 마약 투약 시점을 추정할 수 있다. 김 과장은 "모발 염색을 하면 머리카락 단백질 형태에 영향을 주어 마약 성분이 감소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져 원래 양성이 음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약 검사 시간이 왜 오래 걸리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처리 과정이 복잡하다. 마약 원성분뿐 아니라 마약이 체내서 대사 된 성분도 찾아야 한다. 어떤 성분의 마약을 썼는지 모르기 때문에 30여 개의 시료로 차례대로 검사한다. 검사에서 나오는 숫자와 그래프를 연구원이 일일이 해석해서 결정해야 마약 검출 증거가 될 수 있다. 박유천 건은 사회적 관심 사안이라 바로 시행한 경우다. 지난해 15명의 연구원이 1만8000여 건의 마약 감정을 했다."
―최근 신종 마약 밀반입이 늘어나는데, 이를 잡아낼 수는 있나?
"대표적인 신종 마약이 대마에 다양한 마약류 화학물질을 뿌려 만든 이른바 '합성 대마'다. 해외 마약 조직은 마약 감정과 검출을 피하려고 새로운 화학 구조의 마약을 만들어 유포한다. 각국의 국과수는 이들과 끊임없이 머리싸움을 한다. 마약 검사는 세상에 나온 표준 샘플을 갖고 검출 방법을 확립해 잡아내는 방식이다. 변형된 마약 성분이 생체 내에서 어떻게 대사 되는지 실험해서 검사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신종 마약 샘플을 외국서 가져오는 데 6개월 넘게 걸리고, 이를 갖고 분석과 해석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몇 개월 걸린다. 현재 연구원들은 감정 의뢰 들어온 검사를 처리하느라 여력이 없고, 분석 개발 R&D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식약처에 지정 등록된 임시 마약류 190종 중 10%만 검사할 수 있는 실정이다."
―외국에서는 음주 운전 단속 하듯 침으로 마약 검사를 한다.
"마약 환각 상태에서 운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만취 운전만큼 위험하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임신 여부 키트처럼 침을 뱉게 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는 간이 검사를 교통경찰들이 한다. 국내서는 마약 단속 현장에서만 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운전을 이상하게 하는 사람을 단속했을 때, 음주 검사를 해서 음성이면, 마약 침 검사를 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