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9시 50분쯤 정부세종청사 1동 앞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평소 2중 철문으로 굳게 닫혔던 곳이 이날은 활짝 문을 열었다. 시민들은 입구 안내요원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입장했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6층 옥상이었다. 건물 외벽을 따라 이어진 경사로를 따라가니 초여름 하늘 아래 곳곳에 핀 철쭉과 팬지가 반겼다. 총길이 3.6㎞에 달하는 옥상정원이었다. 시민들은 눈앞에 펼쳐진 세종시 전경을 둘러보고 꽃과 유실수를 사진에 담느라 바빴다. 이모(45·세종시 종촌동)씨는 "옥상에 이렇게 큰 정원이 있다니 특이하다"며 "언제든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1776명이 옥상정원을 찾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인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이 4~6일, 18~19일 두 차례 개방한다. 옥상 전체 3.6㎞ 구간 중 절반인 1~7동(1.8㎞) 구간에 제한된다. 그동안 옥상정원은 예약한 100명에 한해 하루 두 차례 40분만 관람이 가능했다. 이번 개방 기간에는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누구나 시간제한 없이 정원을 즐길 수 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은 '기네스 세계 기록'(Guinness World Records)이 인정한 세계 최대 규모 옥상정원이다. 5~7층 높이의 건물 15개 동을 연결해 길이 3.6㎞, 면적 7만9194㎡의 거대한 정원으로 꾸몄다. 위에서 보면 용이 꿈틀대는 형상이다. 정원에는 218종 117만여 본의 다양한 식물이 자란다. 수시로 조경 업체가 관리해 사계절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해 조경 관리비로 예산 10억원이 들어갔다. 세금 수억원이 투입되는 공공시설인데도 이곳은 '공무원만 보는 공원'이었다. 세종청사 공무원이나 청사 관리 업체 등 상시 출입증을 발급받은 사람만 출입이 가능했다. 애초에는 시민들이 수시로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누구나 옥상으로 올라가도록 건물 밖 경사로가 청사 3곳에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11월 정원 완공 후 상시 개방 불가로 방침이 바뀌었다. 정부세종청사가 청와대와 같은 국가보안시설 가급이고 옥상은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였다. 세종 시민 이모(41)씨는 "애초 개방하려고 만든 정원을 청사 사람들만 자유롭게 이용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옥상정원의 제한 개방은 국가 보안 우려에도 불구하고 확대 개방이 이뤄지는 서울 북악산 등산 코스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1968년 무장공비가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1·21사태 이후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던 북악산 등산로는 2007년 4월 5일 개방됐다. 문화재청은 이달부터 등산로 탐방 시작 시각을 기존보다 2시간 당겨 오전 7시부터로 확대하고 5~8월 탐방 종료 시각도 1시간 늦춘 오후 7시로 늘렸다. 또 신분증 제시와 신청서 작성 절차를 폐지해 자유롭게 등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세종시도 옥상정원 상시 개방을 요구해 왔다. 지난 2016년 기네스북 등재 소식이 알려지면서 "옥상정원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민원이 잇따랐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계 최대 옥상정원은 세종시 명소 중 명소"라면서 "공무원들만 즐거움을 독점한다면 시민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이번 임시 개방 동안 보안이나 안전사고 부분에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본 후 상시 개방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전면 상시 개방을 위해서는 추락 방지를 위한 난간이나 청사 내 무단출입을 막는 스피드게이트가 있어야 한다"며 "이번 임시 개방에서 보안과 안전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