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 강제징용 노동자상 기습 철거에 반발하는 민노총 산하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과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본부 회원 등 100여명이 15일 부산시청 진입을 시도하다 이를 막아서는 경찰·시 공무원 등 200여명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 부산시 청사는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며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오전 9시 20분쯤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7층 시장 집무실 앞으로 민노총 조합원 1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오거돈 부산시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오거돈은 사죄하라" "철거는 친일이다"고 외쳤다. 앞서 지난 12일 오후 부산시가 동구 정발 장군 동상 인근 인도에 있던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철거한 데 대한 항의 시위였다. '철거 책임자 처벌하라' '강탈한 노동자상 반환하라'는 플래카드를 치켜들고 고함을 지르던 이들은 30여분 만에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노동자상은 도로법상 설치 허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 측이 시민 여론이 수렴되지 않았는데도 노동자상을 옮겨 고정 설치하려 해 불가피하게 행정대집행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철거가 기습적으로 실시된 사실에 대해서는 "철거 도중 충돌이나 사고 위험이 있어 시기를 전격적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시 내부에서는 민노총 등이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길 150m를 '항일 거리'로 선포하겠다고 나서자 "외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하면 한·일 관계에 불필요한 마찰을 불러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 달 넘게 인도에 있던 동상을 전격적으로 철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위 측은 작년 5월 1일에도 노동자상을 일본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과 나란히 설치하려다 한·일 관계 악화 등을 우려한 정부와 부산시의 방침에 따라 경찰 저지로 실패했다.
이날 시위대는 시장 집무실이 있는 7층으로 난입하기 앞서 오전 9시쯤 부산시청 1층 후문에서 '부산시의 강제징용 노동자상 강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회견에서 "오거돈 시장은 일본의 눈치에 따라 이뤄진 이번 일에 대해 사과하고 노동자상을 원래 위치로 돌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시위대는 1층 로비 출입 게이트에서 또 한 차례 몸싸움을 벌였다. 이 와중에 5~6명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시장실이 있는 7층으로 직행했다.
그동안 오 시장은 집무실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이날 10시로 예정됐던 '서부산 대개조 비전 선포식' 기자회견도 10여분 지연됐다. 오전 10시쯤 시장 집무실 앞에서 강제 해산당한 시위대 10여명은 1층 로비에서 연좌 농성 중인 100여명의 다른 시위대와 합류해 밤늦게까지 시청사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오거돈은 친일이다" "부산시장 사죄하라" "경찰은 비켜라"라고 소리 질렀다. 부산시 측은 시위대에 "불법 집회와 점거니 나가 달라"며 수차례 퇴거를 요청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노동자상 건립 취지와 의미에 공감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오 시장은 입장문에서 "행정대집행 때 발생할지 모르는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기를 전격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었으나 충분한 소통이 없었던 것은 유감"이라며 "오는 5월 1일 노동절 이전까지 위치를 결정하도록 하고, 공론화 방식이나 내용은 공론화 추진 기구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