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인천광역시 서구 SK인천석유화학 본사. 수도권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정유·석유화학 공장 증류탑에서는 하얀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공장 곳곳에는 정유·화학 제품의 이동 경로인 파이프라인이 거미줄처럼 엉켜있었다.

하루 27만5000배럴의 원유처리 능력을 보유한 공장에선 휘발유, 등·경유, 벙커씨유 등이 생산된다. 정제과정에서 발생하는 나프타를 화학제품인 파라자일렌(PX)과 벤젠 등으로 만든다. PX는 합성섬유와 페트병 등을 만드는 기초 원료로 최근 중국과 개발도상국 수요가 많다.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은 수도권에 에너지를 공급할 뿐 아니라 김포공항(약 20Km 거리)과 인천국제공항(약 30Km 거리) 가까워 항공유도 공급한다. 송유관, 제품저장탱크, 부두가 있는 곳까지 약 6km 떨어져 있어 중국과 동남아지역 수출에 유리하다.

권혁삼 SK인천석유화학 생산최적화 팀장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석유화학 제품의 51%가 수출된다"며 "PX와 벤젠 등 화학제품은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되고 경유와 항공유 등 석유관련 제품은 30%가량이 동남아 지역 등에 수출된다"고 말했다.

인천광역시 서구 SK인천석유화학 본사.

◇ 국내 유일 상압증류공정·초경질원유 분리공정 보유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SK인천석유화학은 오늘이 있기까지 숱한 시련을 겪었다. 1969년 경인에너지개발주식회사로 출발해 한화그룹 식구였다가 1999년 현대오일뱅크에 인수됐다. 이후 2001년 부도와 2003년 법정관리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었다. 2006년 SK주식회사의 경영권 인수를 거쳐 2008년 SK에너지로 합병됐다. 2013년 7월에는 인적분할을 통해 SK인천석유화학주식회사로 거듭났다.

악화된 재무상황 때문에 SK그룹의 미운오리새끼로 불렸지만 2014년 7월 연 130만톤 규모 PX 생산능력을 갖추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당시 회사는 1조62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결과, 현재 국내 석유화학 회사 중 유일하게 상압증류공정(원유를 끓는점에 따라 납사·등유·경유·중유·LPG로 분리)과 초경질원유 분리공정(경질유를 포함해 초경질원유까지 분리)을 보유하게 됐다.

권혁삼 팀장은 "초경질원유, 경질원유, 고유황 중질원유, 납사 등 다양한 원료를 시황 변화에 따라 빠르게 투입할 수 있어 경쟁사에 비해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 지난해 실적 부진 만회…원유 도입 다변화 추진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해 4분기 유가 급락, 정제마진 하락, 재고평가 손실 등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7년보다 64.7% 감소한 1399억원에 그쳤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해 1500억원 가량의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해 실적이 부진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유가가 상승해 재고평가 이익이 발생, 실적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PX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격이 올라 이익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인천석유화학은 올해 도입 원유 다변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기반 생산력 향상과 빅데이터 기반 수율 개선도 추진중이다. 홍욱표 SK인천석유화학 기업가치팀장은 "중동산 외에 러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원유 도입국가를 다변화하고자 한다"며 "원가경쟁력을 높여 지난해 유가하락에 따른 실적부진을 만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