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달린 인간, 로봇 소년에 이어 이번엔 익인(翼人)이다. 소설가 구병모(42)는 인간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경계의 인간들을 그려왔다. 신작 '버드 스트라이크'(창비)는 몸집보다 큰 날개로 사막 위를 날아다니는 익인의 세계를 다뤘다. 이야기는 익인과 도시인의 혼혈로 남들보다 작은 날개로 태어난 소년 비오가 도시인들에게 붙잡히는 데서 시작한다. 지난달 27일 만난 구 작가는 "인간과 인간 아닌 것의 경계가 중요한가, 현실과 환상도 사실은 경계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여러 캐릭터에 반영됐다"고 했다.

구병모는 작명소에서 지은 필명이다. 그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게 지어달랬더니 남자 이름을 줬다"면서 "처음 당선됐을 때 출판사에서 '정말 이 이름 쓸 거냐'고 물어보더라" 웃었다.

구병모 역시 순문학과 장르문학, 청소년문학을 경계 없이 넘나들었다. 10년 동안 12권의 책을 펴내며 두꺼운 팬층을 형성해 '믿보구(믿고 보는 구병모)'라는 별명도 얻었다. 넘치는 상상력으로 한국 사회 속 소외와 차별을 비판해왔다. '네 이웃의 식탁'(2018)에선 실패한 육아 공동체 실험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서늘하게 다뤘고, '파과'(2013)에선 60대 여성 킬러라는 특이한 캐릭터로 여성과 노인 문제를 겨냥했다. 그는 "창작할 때 따로 장르의 구분을 두고 쓰진 않는다"면서 "'청소년문학 또는 장르문학치고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어떤 편견을 갖고 있는지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2011년 구상을 시작해 초고 완성까지 7년 가까이 걸렸다. 시작은 꿈속에서 위태롭게 날고 있는 한 아이였다. "꿈속이라면 시원하게 높이 날아갈 텐데 날아가다 자꾸 떨어질 듯이 오르락내리락하더라고요. 꿈에서 깨고 며칠 만에 줄거리를 완성했어요. 몇몇 장면을 먼저 써놓고 보니 '사이즈가 커지겠다'는 느낌이 왔죠. 빈 곳을 상상력으로 채우는 동안 7년이 지났어요."

뜻밖에도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그는 "이름 하나 짓는 데 하루가 걸리기도 했다"면서 "주로 한자를 조합해서 짓는다"고 했다. 혼혈이라는 이유로 불길한 상징으로 여겨진 주인공 비오의 이름은 날 비(飛), 까마귀 오(烏). 비오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도시인 소녀 루는 눈물 루(淚)를 썼다. "결말 부분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일이 곧 두 사람이 부딪치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암시가 있어요. 조류 충돌이라는 뜻의 '버드 스트라이크'라는 제목이 잘 어울릴 것 같았죠."

익인과 도시인의 갈등을 통해 차별과 혐오를 그리지만 소년과 소녀의 만남으로 치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익인의 날개에는 인간의 상처를 치유하는 기능이 있다. 그는 "페르시아 신화에 나오는 포유류와 조류를 섞은 동물 '시무르그'에서 따왔다"면서 "페르시아 왕조를 대대로 보필하던 새인데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영웅이나 아픈 사람을 낫게 해줬다는 기록을 보고 날개에 의료 기능을 넣었다"고 했다.

차가운 현실을 그렸던 전작들에 비해 따뜻해진 느낌이다. "제가 쓴 소설 중 이렇게 훈훈한 분위기의 소설은 두 편 정도밖에 없어요. 이 작품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인간의 양심'이고 나머지 소설들이 저의 '본색'이라 보시면 됩니다."

데뷔작 '위저드 베이커리'도 기괴한 빵집을 통해 어두운 인간의 본성을 들춰냈다. 출간된 지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독자가 주인공을 그린 '팬 아트'를 보내올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유명 책 소개 페이지에서 '위저드…'를 소개하면서 남자 주인공을 대충 그렸다가 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그림을 수정하기도 했다. "어렸을 적 책을 봤던 독자가 이제 대학생이 되고 사회인이 됐더라고요. 다들 머릿속에 그렸던 주인공의 이미지를 10년 동안 품어줬다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