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심해져 가는 미세 먼지! 수소(水素)수로 가족의 건강을 지키세요."

수소 성분이 주입된 물을 마시면 체내에 축적된 미세 먼지를 없앨 수 있고, 미세 먼지로 인한 염증도 예방할 수 있다는 수소수 광고다. 작년만 해도 수소 성분을 통해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한다고 광고하던 수소수 업체들이 최근엔 미세 먼지 제거 효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수소 성분이 세균을 잡아먹는 대식(大食)세포를 활성화해 체내에 들어온 미세 먼지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유통되던 수소수는 이제 편의점·대형마트에서도 판매될 정도로 인기다. 가격은 일반 생수(제주삼다수 기준)의 3~5배에 달한다.

그러나 수소수 제품엔 미세 먼지 제거·차단 효과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수소수의 미세 먼지 제거 효과는 임상실험을 통해 확인된 바가 전혀 없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말 수소수 관련 허위·과대광고를 한 업체 24곳을 적발해 일부 업체를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미세 먼지 공포가 확산되자,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채 과장된 광고를 앞세운 관련 상품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세 먼지에 대한 불안 심리를 악용한 전형적인 유사과학"이라고 말한다.

◇미세 먼지 공포에 효과 입증 안 된 유사과학 제품이 날아와

산소캔도 대표적인 '유사 미세 먼지' 상품이다. A온라인 쇼핑몰에 따르면 지난달 산소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그동안 산소캔은 호흡 곤란을 겪는 환자나 산악인 등이 주로 사용했다. 그런데 최근 미세 먼지가 심화되자 "○○지역의 맑은 공기를 담았다"는 광고를 내건 산소캔 제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산소캔은 중국산을 포함, 2000여 종에 달한다.

과학적으론 산소캔 이용과 미세 먼지 차단·제거와는 상관이 없다. 김승준(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홍보이사)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통상 성인은 1회 호흡에 200~300㏄의 공기를 들이마시는데 이를 하루 2만~3만 번 반복한다"며 "산소캔을 몇 차례 사용했다고 해도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산소를 분리하고 압축시켜 캔에 담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혼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목걸이형 공기청정기 역시 어린이·청소년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소형 공기청정기를 목걸이 형태로 착용하면 야외 활동을 할 때도 호흡기 주변의 공기를 정화시켜 미세 먼지를 차단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목걸이형 공기청정기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윤신 건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목걸이 타입은 일반적인 필터형 공기청정기와 달리 이온 성분을 발생시켜 주변 공기를 정화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라며 "이온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변 산소(O₂)를 오존(O₃)으로 변환하기도 하는데 이는 두통·어지럼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공기청정기 업체 연구원은 "정말 그런 제품이 있다면 미세 먼지 걱정을 안 해도 될 정도의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과장 광고일 뿐"이라고 말했다.

◇봉이 김선달 피하려면

화장품 업체도 앞다퉈 '미세 먼지 특화 기능성 화장품'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제품도 많다. 뿌리는 화장품 미스트나 세안용 클렌징 등을 통해 미세 먼지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식약처는 미세 먼지 차단·세정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판매하는 자외선 차단제나 세정제 등 27개 기능성 제품이 전혀 효과가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일부 한의원에선 '미세 먼지에 효과적'이라며 눈을 씻는 점안액을 제조·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명승권 교수는 "임상실험을 거친 연구를 통해 효과가 확인된 제품이 아닌 경우는 그 사용을 권장할 수 없다"고 했다. 김윤신 교수는 "공기청정기 관련 제품의 경우 CA인증(공기청정기 단체표준인증) 마크 보유 여부 등 검증된 제품인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