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 展 개최
수영장 시리즈·2인 초상화 등 대표작 133점 전시...포토콜라주 작품은 빠져
‘첨벙!’하고 흰 물살이 튀어 오른다. 방금 누군가 수영장에 뛰어든 것이 분명하다. 사람은 없지만, 분명 사람이 있는 듯한 온기가 느껴진다.
영국 출신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82)의 1967년 작품 ‘더 큰 첨벙’이다. 미국 LA에서 움직이는 물의 움직임을 탐구해 그린 호크니의 대표 작품으로, 이번에 한국을 찾았다.
호크니는 세계적으로 사랑 받아온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는 평을 듣는다. 지난해 11월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예술가의 자화상’이 9030만 달러(한화 1019억원)에 낙찰돼 생존 작가 중 최고가 경매를 기록했다. 2017년에는 80세 생일에 맞춰 영국 테이트미술관, 프랑스 퐁피두센터,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었는데 1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영국 테이트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의 제목은 ‘데이비드 호크니’. 부제도 없이 작가의 이름만 건 전시 명만 봐도 호크니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테이트미술관을 비롯해 8개 미술관의 소장품 133점을 소개한다. 특히 테이트미술관이 소장한 호크니 작품 114점 중 ‘샤워하는 남성’을 제외한 소장품이 모두 전시된다.
테이트미술관의 인연은 호크니의 학창시절부터 시작된다. 미술관은 호크니가 런던 왕립예술대학을 졸업한 이듬해인 1963년부터 그의 작품을 매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 작품부터 1960~70년대 로스앤젤레스 시기의 작품과 자연주의 시기의 2인 초상화, 피카소의 입체주의와 중국 회권(두루마리 회화)에 영향을 받은 다시점 구도의 작품, 대규모의 풍경화 및 최근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작품 등을 선보인다.
호크니를 유명하게 만든 수영장 시리즈 ‘더 큰 첨벙’, 그를 사랑하는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으로 꼽은 ‘나의 부모님’, 테이트 미술관에서 가장 사랑받는 ‘클라크 부부와 퍼시’, ‘아카틀란 호텔’ 시리즈, 50개 캔버스에 그린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 등 풍경화를 만날 수 있다.
최신작인 ‘2017 12월 스튜디오에서’도 영국보다 먼저 서울에서 공개된다. 호크니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LA 할리우드 힐스의 작업실을 3000장의 사진으로 찍어서 파노라마 형태로 붙였다. 초점은 우리에 눈에 따라 끊임없이 이동한다는 호크니의 신념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젊은 시절 회화를 중단하고 매진한 포토콜라주 작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시를 공동기획한 헬렌 리틀 테이트미술관 큐레이터는 "대여가 어려운 개인 소장품이 많아 전시하지 못했다. 대신 최대한 광범위하게 작업을 다루려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호크니는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했다. 그는 카메라의 도입으로 인해 세상을 보는 방식이 일원화되는 추세를 안타까워했다. 다양한 매체를 실험해온 작가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