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부모가 다 큰 자식을 부양하느라 힘겨워하는 현상은 해외에도 있었다. 200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대학 졸업 후 부모 집에 얹혀사는 미혼 자녀들을 가리켜 '트윅스터(twixter)'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이도 저도 못 된다'는 뜻을 가진 단어 '비트윅스트(betwixt)'에서 나온 말로, 성인이 된 뒤에도 고용이 불안정해 부모에게 기댄다는 뜻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어머니가 주는 밥을 먹고 산다고 '맘모네(mammone)', 캐나다에선 다 키워서 내보냈는데 도로 돌아왔다는 뜻으로 '부메랑키드'라 했다. 영국에선 '부모 호주머니에서 연금 축내는 자식(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에서 앞글자를 따 '키퍼스(KIPPERS)'라고 불렀다.
지금 한국과 특히 닮은 곳이 일본이었다. 장기 불황이 한창이던 2000년대, 일본 사회엔 '기생독신자'란 말이 유행했다. 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弘) 주오대 교수가 만든 신조어로, 자녀 세대가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느라 저축도 결혼도 못하고 부모에게 기생하듯 얹혀산다는 뜻이다. 여기에 급격한 고령화로 간병 부담까지 겹치면서, 중장년의 '더블케어'가 사회문제가 됐다.
장기 불황이 끝난 요즘 20대는 '기생독신자' 신세를 면하게 됐다. 하지만 그 윗세대는 여전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태다. '20대 실업자, 40~50대 가장, 70~80대 노부모'로 구성된 가족이 '30~40대 비정규직, 60~70대 부모, 90대 조부모'로 나이만 많아졌기 때문이다. 자녀 세대 상당수가 지금도 비정규직·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부모가 병들어 누우면서 그나마 하던 일마저 접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