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인당 소득이 3만달러를 넘었지만 한국 경제의 퇴조를 알리는 경고 신호가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7%에서 올해 2.1%로 급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수출은 작년 12월 이후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수출의 양대 엔진인 반도체와 중국 수출이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기(景氣) 흐름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선행지수는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8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1월 실업률이 9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고, 실업자 수는 1월 기준으로 19년 만의 최악을 기록했다. 양질의 고용으로 꼽히는 제조업 일자리는 1년 사이 19만개가 사라졌다. 작년 4분기 최하위 20% 계층의 소득은 1년 전보다 18% 줄었고, 그중에서도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은 무려 37%나 감소했다.

문제의 근원은 기업들이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성장과 일자리는 한 몸이고 모두 기업에 달린 문제다. 그런데 한국 경제의 주력 부대인 증시 상장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4% 감소했다.

지난 5일 상징적인 일이 있었다. 중국은 이날 336조원에 달하는 감세안을 내놓으며 성장률 6%대 사수를 선언했다. 기업과 민간 활력을 높여 경기 하강에 대응하겠다는 정공법이었다. 그날 한국에선 정부가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 기업 비용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세금 푸는 것밖에 하는 정책이 없는 한국 정부는 미세 먼지 대책도 세금으로 공기 청정기 돌리겠다고 했다. 경쟁국이 세금 깎고 규제 풀며 기업 경쟁력을 키우려 총력전을 펼치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그러면서 말로는 경제를 살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