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베트남 하노이 신도심에 건설 중인 ‘스타레이크시티’의 최근 전경. 현재 고급빌라 364가구가 완공됐고, 아파트 건설과 공공·상업용지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체질 개선이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히 지시에 따라 공사를 해주고 정해진 공사비만 받아가는 '도급형 건설사업'에서 벗어나, 사업 전체를 기획·총괄하고 최종 결과물에서 나오는 수익까지 공유하는 '종합 디벨로퍼(developer·개발사업자)'로의 체질 개선이다.

건설사들은 2~3년 전부터 디벨로퍼형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저(低)유가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중동 중심의 해외건설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데다, 당시의 주택 부문 호황 역시 장기간 지속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각 건설사들의 사운(社運)을 건 대형 사업이 최근 잇달아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베트남 신도시 건설하는 GS와 대우

디벨로퍼형 사업은 각종 프로젝트의 기획과 제안부터 설계, 자재 조달, 시공, 마케팅, 사후 관리와 운영까지 맡는 사업 모델이다.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쉽지 않지만 일단 성공만 하면 단순 도급 사업에 비해 수익률이 2~3배 높다.

현재 국내 건설기업이 벌이고 있는 디벨로퍼형 사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은 GS건설이 베트남에서 단독으로 진행 중인 '냐베(Nhabe) 신도시' 프로젝트다. 베트남의 경제 수도 호찌민 남부 100만평 부지에 주택 1만7000가구와 국제학교, 종합병원, 상업시설 등과 첨단 통신 인프라를 갖춘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빌라·타운하우스 359가구를 건설·분양하는 1-1단계 사업을 작년에 착수했고, 조만간 분양에 나선다. 이 회사 조승열 베트남사업법인장은 "냐베신도시 인근에서 최근 분양한 고급 빌라 단지가 단기간에 다 팔렸다"며 "현지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어 고급 주택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GS건설이 주택분양 등을 통해 이 사업에서 거둬들일 수 있는 총매출을 최대 10조원 규모로 보고 있다.

대우건설이 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스타레이크 프로젝트'도 순항 중이다. 1단계 사업으로 2016~2018년 4차에 걸쳐 분양한 빌라 364가구가 완판(完販)돼 입주 중이고, 현재는 아파트 603가구를 분양하고 있다. 스타레이크 프로젝트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 신도심 중심부에 고급 주택을 건설·분양하고, 재정부·국토부 등 8개 중앙정부 청사, 주요 상업 시설, 국제학교 등이 들어설 부지를 조성·판매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23억달러(약 2조6000억원)다.

위에서부터 SK건설이 2016년 말 완공한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 대림산업·SK건설이 건설 중인 세계 최장 차나칼레 현수교의 해저(海底) 구조물 제작과정, 현대산업개발이 개발을 맡은 용산역 전면 공원의 완공 후 지하공간 예상도.

◇현산, 국내서 2.5조원 규모 역세권 개발

대림산업과 SK건설이 터키에서 세계 최장(最長) 현수교를 건설하는 '차나칼레 프로젝트'는 기초 공사가 한창이다. 육상에서 수개월간 제작한 5만t짜리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2개를 지난달 바다에 끌고나가 정확한 자리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프로젝트는 길이 4.6㎞의 세계 최장 현수교와 약 100㎞의 진입 도로를 건설하고, 일정 기간 도로·교량 운영권을 줘 통행료 수익으로 건설비를 회수하는 'BOT(Build-Operate-Transfer·건설-운영-양도)' 방식이다. 터키 정부가 하루에 4만5000대분(分) 통행료를 보장해 손실 위험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IHI·이토추상사 등 일본 컨소시엄이 아베 신조 총리의 지원을 등에 업고 수주를 노렸으나, 2017년 한국 컨소시엄에 패했다.

SK건설은 카자흐스탄에서도 디벨로퍼형 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제 수도 알마티를 둘러싸는 총연장 66㎞의 왕복 4~6차로 순환도로와 교량 21개, 인터체인지 8개를 건설 후 15년10개월간 운영하고 현지 정부에 넘겨주는 '알마티 순환도로 프로젝트'다. 카자흐스탄 최초이자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프라 개발형 사업으로, 총사업비 7억3000만달러짜리다.

디벨로퍼형 사업은 국내에서도 진행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대 사업은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이다. 2017년 12월 한국철도공사와 추진 협약을 체결했고, 지금은 서울시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국철도공사가 소유한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85-7번지 일대 4만5000평 규모 철도·물류시설 부지와 국·공유지를 주거·상업·공공용지 등으로 개발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 약 2조5000억원의 서울 동북권 최대 개발사업이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이 지역은 현재 낙후된 이미지가 강하지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건설과 역세권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면 서울 동북권 주요 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용산역 앞에서는 공원조성 예정 부지에 지하공간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BTO 사업도 벌이고 있다. 지상에는 공원을 조성하고, 지하 1·2층에는 연면적 7000평 규모 지하광장, 지하 연결보도, 상업시설 등을 만드는 사업이다. 작년 12월 용산구와 사업협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