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층 포함 주민 대부분 담배에 라이터로 불 붙여
김일성도 성냥 이용해…"할아버지 따라해 자신에게 권위 부여하려는 이미지 정치"
지난 26일 새벽 2시30분(현지시각). 2차 미⋅북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열차를 타고 중국 대륙을 종단해 베트남으로 향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 남부 난닝(南寧)역에 정차했다. 김은 난닝역 승강장에 내려 담배를 피며 휴식을 취하다가 30분쯤 머문 뒤 다시 베트남으로 향했다.
이 장면이 일본 방송사 TBS의 카메라에 잡혔다. 그런데 보는 사람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장면이 있었다. 김정은이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일 때, 왼손에 성냥갑을 들고 성냥개비에 불을 붙여 담배로 가져간 것이다. 북한에서도 흡연자들은 대부분 담배를 필 때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고 한다.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서 담배를 피는 모습은 카메라에 자주 잡혔다. 2012년 12월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로켓 ‘은하 3호’가 발사되는 모습을 평양 외곽 위성관제종합지휘소(미사일 발사 지휘소)에서 발사체의 궤도 진입 과정을 지켜보며 담배를 폈다. 그 때 김정은이 팔을 기댄 테이블엔 성냥갑이 놓여 있었다. 2017년 8월25일 선군절을 맞아 김정은이 북한 특수부대의 백령도와 대연평도 점령을 위한 가상 훈련을 참관할 때에도 테이블 위해 성냥이 있었다.
북한에선 현재 흡연자들이 라이터를 이용해 담배불을 붙이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1990년대 저렴한 중국산 라이터가 대거 보급됐기 때문이다. 북 장교 출신 탈북자 이웅길 새터민라운지 대표는 27일 본지 통화에서 "시골에서는 아직도 성냥을 쓰는 집이 많지만, 중국산 라이터가 들어온 뒤 라이터를 주로 사용한다"며 "고위층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북한산 라이터도 있다고 한다.
김정은은 왜 굳이 성냥을 쓰는 것일까.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따라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 대표는 "기록영화를 봐도 그렇고,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서도 김일성은 항상 성냥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며 "김일성을 따라 해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또 자신이 소박하고 검소하게 살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5세인 김정은은 중절모를 즐겨 쓴다. 이 역시 김일성의 권위를 빌어오려는 이미지 정치의 일환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김정은이) 이미지 정치를 잘한다"며 "그 나이에 중절모를 쓰고 다니는 것도 할아버지가 하던 짓"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난닝역 승강장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난 뒤 다 쓴 성냥개비를 성냥갑 안에 도로 넣었다. 또 다 피운 담배 꽁초를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들고 온 재떨이에 담았다. 이것은 생체정보를 다른 나라 정보당국이 파악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담배꽁초 등에는 타액이 묻어 있고, 이것을 다른 나라 정보당국이 수집하면 김정은의 건강 정보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