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합의하자 민주노총이 "개악(改惡)" "야합"이라며 총파업을 선언했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주 52시간 근로제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데 그마저도 거부한다. 노사정 대화에는 불응하면서 장외에서 훼방 놓겠다는 것이다.
같은 날 민노총 소속 대우조선해양노조가 대우조선·현대중공업의 합병을 저지하겠다며 파업을 결의했다. 대우조선은 천문학적 부실로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곳이다. 그런 노조가 조선 산업을 살리기 위한 구조조정을 실력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역시 민노총 주력 부대인 현대·기아차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를 저지하겠다며 '3년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중요한 경제·사회 이슈에는 어김없이 민노총이 나타나 어깃장을 놓고 있다.
민노총이 반대하는 사안들은 모두 우리 사회가 꼭 해야 할 국가적 과제들이다. 탄력근로제를 확대해야 주 52시간 근로제에 따른 혼선과 기업 경쟁력 악화를 줄일 수 있다. 몰락 위기에 빠진 한국 조선은 구조조정 없이 살아날 수 없다. '광주형 일자리' 역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다. 지금 양보하고 타협하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 없다. 그런데 오직 민노총만 딴지 걸고 있다. 귀족 노조의 기득권을 조금도 내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엊그제 민노총 금속노조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흥망성쇠의 기로에 섰다'며 개방적 제휴, 생산 혁신 등의 위기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이례적으로 제언했다. 민노총조차 한계에 도달한 산업 현실을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위기의 최대 원인 중 하나인 '노조 리스크'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한국 특유의 강성 귀족 노조가 산업 경쟁력을 흔들고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 민노총의 비타협 이기주의가 문제의 핵심인데 정작 민노총은 남의 일인 양 '위기' 운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