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패스트 패션브랜드 자라가 중국에서 구설에 휘말렸다. 자라가 주근깨 가득한 중국인 여자 모델을 화장품 모델로 쓴 건 ‘중국을 모욕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자라 측은 "우리는 모델을 못생기게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자라는 최근 중국인 모델 리징웬을 자사 립스틱 모델로 발탁하고 화보를 찍었다. 지난 15일 공개된 화보 속 리징웬은 붉은색 립스틱을 발랐지만 피부 화장을 하지 않아 주근깨가 선명하게 드러난 모습이었다. 화보를 접한 중국인 네티즌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가 일부러 주근깨 있는 중국인 여성을 내세워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심어줬다"고 크게 반발했다.
논란은 점점 커졌다. 중국인 웨이보 이용자들은 "이 화보는 아시아 여성들이 모두 흐릿한 눈에 주근깨로 가득 찬 얼굴이라는 걸 의미하는 것이냐", "아시아 여성들은 주근깨가 거의 없는데 너희(자라)들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처럼 하필 주근깨 있는 모델을 골라낸 것이냐" 등으로 자라에 분노했다.
논란은 모델 리징웬에 대한 인신공격으로도 이어졌다. 웨이보 이용자들은 "자라가 중국에서 물건을 팔고 싶으면 중국의 미적 기준을 고려했어야 했다. 왜 자라가 이런 주근깨 가득한 얼굴을 보여주는지 모르겠다"고 모의 얼굴을 공격하기도 했다.
중국 웨이보 이용자의 반응을 접한 자라 측은 사태 진화에 나섰다. 자라 대변인은 자라의 화보는 중국인 모델의 주근깨를 드러내면서 못생기게 보이려고 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자라는 중국 시장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겨냥한 모델로 리징웬을 발탁했다"면서 "스페인 사람들은 다양한 미적 기준을 갖고 있고 우리는 모델의 사진을 잘 수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의 모델 사진을 쓴다는 말이다.
중국 내에서도 웨이보 이용자의 반응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 기관지인 중국청년보는 사설에서 "자라가 중국을 모욕했다는 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중국청년보는 "여러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는 주근깨 있는 모델을 거절하지 않으며 서양에서는 주근깨 얼굴을 선호하기도 한다"며 "자라는 화보 속 모델이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델의 얼굴을 비난하는 중국인들이 중국을 욕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인들은 후보정된 매끈한 모델 얼굴에 익숙해져서 그렇다"고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논란을 중국인을 비하하는 듯한 광고를 냈다가 중국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탈리아 유명 패션 브랜드 돌체앤가바나와 연관 지었다. 다른 웨이보 사용자도 "자라가 중국을 모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돌체앤가바나 사건’으로 인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돌체앤가바나는 지난해 11월 상하이에서 열리는 대형 패션쇼를 앞두고 ‘돌체앤가바나는 중국을 사랑해’라는 제목의 동영상 광고를 시작했다.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중국계 젊은 여성이 긴 젓가락으로 피자·스파게티 등 이탈리아 음식을 먹으며 곤혹스러운 웃음을 짓는 내용이었다.
이 동영상이 웨이보에 뜨자 "불쾌하다. 너무나 어리석고 문화적으로 무감각하다"는 비난 댓글이 1억2000만건 넘게 달렸다. 중국 스타들도 대거 비판 대열에 합류했고 이들이 줄줄이 패션쇼 불참을 선언하면서 돌체앤가바나 패션쇼 행사는 취소됐다. 알리바바 등 주요 중국 전상거래업체도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후 돌체앤가바나는 창업자까지 나서 중국어로 "죄송하다(對不起)"고 사과했지만 아직도 중국 내에서 판매량을 회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