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오키나와(일본), 이상학 기자] 일본에선 몇 해 전 오타니 쇼헤이(25LA 에인절스)의 ‘괴물 식단’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 2016년 시즌을 앞둔 오타니는 체중 증가를 위해 하루 6~7끼 식사를 하며 7~8kg 증량했다. 그해 오타니는 104경기 타율 3할2푼2리 104안타 22홈런 67타점 OPS 1.004로 활약하며 타자로서 ‘이도류’ 잠재력을 대폭발했다.
삼성 외야수 구자욱(26)도 지난 겨울 하루 6~7끼를 먹으며 체중 증가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구자욱은 “체중을 10kg 찌웠다. 야구선수에 제일 적합한 체지방이 20% 근처라고 들었는데 캠프 오기 전 18%였다. 지금의 몸 상태를 갖춘 상황에서 캠프를 시작한 게 처음이라 어떻게 유지할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살 찌우는 것이 정말 힘들더라. 태어나서 한 번도 뚱뚱하다는 소리를 못 들었다”며 “이전까지 먹는 것을 별로 안 좋아했고,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다. 그동안 많이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먹어도 너무 힘들어 입맛이 떨어지면 안 먹은 적이 대부분이었다. 마르신 분들은 내 이야기에 공감하실 것이다. 정말 고통스럽게 살을 찌웠다”고 돌아봤다.
심지어 어느 하루는 체해서 병원까지 다녀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많이 먹기만 하면 몸이 상할 수 있다. 라면 같은 음식보다 집밥 위주 건강식으로 챙겨먹었다. 여기에 웨이트나 다른 운동도 같이 하면서 찌우다 보니 부작용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생활 패턴도 무미건조했다. 비시즌 온갖 유혹을 뿌리친 그는 밤 11시 이전 잠자리에 들곤 했다. 아침 7~8시 사이 일어나 아침부터 먹기 위함이었다. 하루 6~7끼 시작이 아침 식사, 일찍 자야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구자욱은 “잠이 많은 편인데 아침에 꼭 일어나 밥을 챙겨먹었다. 눈뜨자마자 보충제를 먹기도 했다. 재미없는 건조한 삶이었다”며 웃었다.
이렇게 고통스런 과정을 참아가며 살을 찌운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강한 몸이 되고 싶었다. 말라서 힘이 약하다, 말랐는데 왜 이렇게 스윙을 크게 하냐는 소리도 듣기 싫었다. 스트레스였다. 그런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변화가 필요했다. 야구를 못한다고 해도 이렇게 살을 찌운 것에 대한 후회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 구자욱의 진심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체격이 커졌고, 힘이 더 붙었다. 지난 2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터뜨린 그에게 30홈런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구자욱은 “기술적인 변화는 없지만 1kg으로 때리는 것과 10kg으로 치는 건 다를 것이다. 홈런이란 게 마음먹은 대로 나오는 것이 아니지만, 더 강한 타구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또 하나, 부상 방지 효과도 기대한다. 지난해 구자욱은 허리 통증으로 한 달간 공백이 있었다. 그는 “몸이 강하면 부상 위험이 줄어든다. 체지방이 높아야 몸도 부드럽게 잡힌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벌크업을 해야 했다”며 “매일 간절한 마음으로 체중계에 오른다. 매년 똑같은 선수가 되고 싶지 않다. 한 단계 뛰어넘고 싶다. 그것만 생각하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굳은 각오를 보였다.
하루 6~7끼로 체중을 찌워 ‘이도류’ 선수로 거듭난 오타니처럼 구자욱도 정확성에 장타력을 겸비한 거포로 도약할 수 있을까. 살과의 전쟁에서 이긴 구자욱의 피나는 노력이 빛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사진] 구자욱-오타니. /오키나와=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