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의 '레이더-위협 비행 갈등'이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양국 군 당국 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 측 방위상은 지난 25일 해상초계기가 배치된 자위대 기지를 방문했다. 남해상에서 일본 초계기의 근접 위협 비행을 우리 해군이 경고하고 비판한 뒤였다. 우리 측을 향해 시위하는 성격이 강했다. 그러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해군 작전사령부를 방문하고 일본 도발에 강력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두 사람은 점퍼 차림까지 같이 하고 나타나기까지 했다.

일본 방위성은 해상자위대 함정의 올해 4월 부산항 입항 계획을 취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고, 우리 해군도 다음 달로 예정됐던 1함대사령관의 일본 해상자위대 기지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우리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매년 함대사령관급 지휘관이 상대국을 방문하는 교류 행사를 해왔다. 이 밖에 올해 4월 말 한국과 싱가포르 주도로 열리는 아시아 국제해양안보훈련에 일본은 미국 등 다른 참가국과는 달리 우리 해역에 들어오지 않고 중간에 합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우방국 사이라고 해도 이견이 발생하고 갈등이 돌출할 수 있다. 이 경우 어느 정도 냉각기를 갖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금 한·일 간에는 마치 갈등을 이용하는 것 같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양쪽의 대응도 성숙한 외교적 자세가 아니라 저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 여권 일각에선 양국 간의 정보보호협정 폐기까지 주장하고 있다. 정보보호협정은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문재인 정부도 인정한 것이다. 더 이상 갈등 증폭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은 우리 함정을 향한 저공 위협 비행을 하지 말고, 우리 측도 냉정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제 곧 미·북 간의 2차 정상회담이 열린다. 그 결과에 따라 동북아 안보는 큰 변화를 맞을 수 있다. 한·일 양국 모두에게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