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카카오는 카풀(승차 공유) 서비스 시범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39일 만이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7일 카풀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10일 후 정식 서비스를 할 계획이었지만 택시 업계 반발로 연기했고, 이날 시범 서비스마저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택시 업계를 대화의 창구로 이끌기 위한 노력으로 서비스를 중단했을 뿐, 카풀로 대표되는 차량 공유 서비스는 거스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미국·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도 차량 공유 서비스는 대세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카풀 서비스가 카카오만 있는 건 아니다. 현재 업계 1위는 2016년 출시된 '풀러스'다. 비슷한 시기 출시된 '럭시'가 지난해 2월 카카오에 인수되며 출시된 것이 '카카오 카풀'이다.
모빌리티(mobility)의 사전적 의미는 '이동성'. 지금은 사람을 옮겨주는 모든 운송 수단을 총칭한다. 과거엔 장소를 이동할 때 자가용 차와 버스, 택시 외엔 사실상 선택권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택시 호출 앱부터 카풀, 대형차 드라이브 서비스 '타다', 공항 이동 서비스 '벅시' 등 다양하다.
택시 호출 앱은 목적지를 입력하고 택시를 호출하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등록된 택시 운전사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카풀 앱도 원리는 비슷하지만 택시 운전사 대신 등록된 카풀 드라이버(운전사)가 자신의 자동차를 가지고 온다는 점이 다르다.
그런데 정말 카풀과 택시는 대척점에 있는 것일까. 모빌리티별로 장단점은 무엇일까. '3보 이상 승차'의 세계관을 갖고 있을 만큼 자동차 의존성을 지닌 기자가 모빌리티 앱만을 이용해 일주일 생활하며 5종을 직접 체험해봤다.
통합은 '카카오', 선택은 '풀러스'
"이○○ 크루(드라이버), △△오□□□□, BMW 5시리즈 세단."
지난 14일 오후 3시. 카카오T 카풀앱으로 잠원동에서 청담동까지 호출하자 1분 만에 잡혔다. 그런데 크루의 출발지가 논현동. 11분이 지나 차량이 도착했다. 미리 '뒷좌석 선호' 항목을 체크했기에 뒷좌석에 앉았다.
선결제된 금액은 4000원. 보통은 택시비로 5400원 정도 나오는 거리다. 25% 정도 저렴했다. 운전자는 40대로 보이는 제약 관련 사업을 한다는 남성이었다.
기자는 그의 카풀 경력을 통틀어 세 번째 손님. 첫 번째 손님은 작년 말 이태원에서 태운 아주머니였다. 타자마자 "왜 이렇게 늦었느냐"며 소리를 질렀단다. 카풀과 택시를 헷갈린 것 같다고. 두 번째 손님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탄 30대 남성. 목적지가 5분 거리에 있는 동대문메리어트호텔이라 택시에 승차 거부를 당하다 카풀을 불렀던 것. 그는 "나처럼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대화도 나눌 겸 이동이 힘든 사람들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하면 재미있다"고 말했다.
운행이 끝나고 나면 드라이버 평가를 할 수 있다. 만약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다시 만나지 않기'도 가능하다. 비용은 등록해 놓은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이날 오후 7시 돌아갈 때는 '풀러스' 앱을 켰다. 목적지를 입력하니 카카오 카풀과 달리 세 개의 선택지가 떴다. '풀러스 투게더 2000원', '풀러베이직(일반 차량) 3400원', '풀러프리미엄(편안한 고급 차량) 4100원'. 가장 저렴한 건 카카오의 절반이었고, 가장 비싼 버전도 카카오보다 100원 더 비쌀 뿐이었다. 풀러스 투게더는 무료 나눔 개념으로 거리와 관계없이 2000원이다.
매칭 요청을 기다린 지 10분이 지나서야 차 한 대가 잡혔다. 이번에는 닛산 알티마. 역시 15분 정도 지나 도착했다. 30대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1년 전부터 풀러스를 통해 카풀 드라이버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회사는 역삼역, 집은 송파구인데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어 야근이 많았고, 택시 잡기 어려운 회사 사람들을 집에 데려다 주다 본격적으로 앱을 깔고 카풀을 시작했다고 했다.
저녁 시간 압구정로는 주차장과 다름없다. 보통 때면 15분 정도에 갈 거리가 두 배 넘게 걸렸다. 택시였으면 지체된 시간만큼 금액이 추가됐겠지만 카풀은 이동 거리만 계산하기에 비용은 선결제된 금액 그대로였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지난해 11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카풀을 이용하는 이유로는 '택시보다 저렴해서'(40.5%)가 가장 많았고, 그 뒤를 '목적지까지 편하게(앉아서) 갈 수 있어서'(37.0%), '출퇴근길 교통 지옥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에'(36.4%) 등이었다.
지난해 12월 말 처음 카풀을 이용해봤다는 배모(41·사업)씨는 "송년회를 마치고 택시를 부르는데 30분 가까이 안 잡혀서 혹시나 하고 카풀을 요청했더니 5분 만에 도착했다"며 "드라이버도 같은 아파트 사람이었다. 앞으로 택시가 잘 안 잡히는 상황에서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엠브레인 관계자는 "특히 인천·경기 등 서울 인근 거주자일수록 출퇴근길 붐비는 대중교통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 카풀 운행에 가장 크게 공감했다"고 말했다.
카풀이 택시를 위협하려면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등록된 드라이버의 수, 드라이버들이 카풀을 하겠다고 앱을 켜는 횟수 등이 전임으로 일하는 27만명의 택시 기사를 대체할 수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택시 호출 앱 월간 이용자 수는 업계 1위인 카카오의 경우 1000만 명, 2위인 티맵은 120만5000명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이다. 카풀 앱은 업계 1위인 풀러스의 회원 수가 90만 명, 드라이버는 48만 명을 넘어섰다. 시범 운영 중인 카카오 카풀의 경우에도 드라이버로 등록한 '크루'는 7만 명에 달하며, 시범 운행 한 달 정도 기간 동안 매일 수만 건의 콜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승합차 호출 서비스인 '타다'의 경우도 작년 말 기준 드라이버는 700명 정도. 이용자 수가 적을 때는 5분 안에 도착했지만, 택시 파업 등으로 이용자 수가 늘어나자 호출 대기 시간이 증가하고 있다. 타다의 앱 다운로드 수는 작년 말 기준 20만 건을 넘어섰고, 재이용률도 80%대에 달한다.
사람 많은데 단거리면 '타다'
택시 앱도 카풀 앱처럼 차이가 있을까.
지난 10일 오전 9시 강남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출근길에 파업으로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는 '티맵 택시'를 불렀다. 호출 1분 만에 응답 후 2분 만에 도착. 근처에 있는 택시 정류소에 서 있었다고 했다. 자동 결제된 비용은 7900원. 평소 택시비보다 10% 정도 저렴했다.
이날 점심 시간. 한남동 가는 '카카오 택시'를 부르자 이번에도 1분 만에 도착했다. 그 뒤로도 티맵과 카카오 택시를 번갈아가며 타 봤지만, 이용 시스템에 큰 차이는 없었다. 티맵이 이번 달까지 10% 할인 행사를 하는 정도였다. 카카오의 경우 T 앱에 블랙, 카풀, 대리 등이 모두 포함돼 있어 중요한 손님을 모실 땐 '카카오 블랙'을 사용하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차별성을 느낀 건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 지난 10일 오후 6시 40분. 부원 전체가 회식 자리로 이동하는데 타다 한 대만 부른 것. 보통 때는 택시 두 대로 나눠서 이동하는데, 저녁 식사 시간에 단거리 이동이라 택시는 아무리 호출해도 거의 오지 않았다. 그러나 타다는 강제 배차 시스템이기 때문에 빈 차만 있으면 호출이 가능하다. 금액은 택시보다 20% 정도 비쌌지만, 택시 두 대로 움직여야 할 거리를 승합차 한 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오히려 비용은 저렴했다. 대신 카풀처럼 15분 기다리는 건 기본이었다.
세계의 트렌드는 택시와 새로운 운송 서비스의 상생이다.
지난해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창업 콘퍼런스 '테크 크런치 디스럽트'에 참석한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는 자동차 공유뿐 아니라 자전거, 전기 스쿠터 등 좀 더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택시·버스 등 기존 운송 수단뿐 아니라 승차 공유, 전동 스쿠터 대여 시스템까지 연계해 목적지까지 편리하게 이동하도록 안내해주는 최근 모빌리티 트렌드와 부합한다.
한국보다 빨리 카풀 시스템을 정착시킨 동남아시아의 '그랩' 밍 마 사장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택시 회사와 손을 잡고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풀과 택시는 경쟁 관계가 아닌 자가용 운행자를 줄일 수 있는 협력 관계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