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애플 쇼크’로 3일(현지 시각) 전세계 증시가 몸살을 앓았다. 애플이 중국에서의 아이폰 판매 부진 등으로 2019년 첫 회계분기(2018년 10월~12월) 매출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자 도미노처럼 미국 증시는 물론, 아시아와 유럽 증시까지 일제히 급락한 것이다.

이날 애플 주가는 장중 9.96% 폭락했다. 이는 2013년 1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라고 CNBC는 전했다. 애플 주가는 지난해 10월 3일 232.07달러로 최고를 찍은 후 현재 40%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2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하향 조정된 올 1분기 매출 전망치를 발표한 게 시작이었다. 그는 투자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중국에서의 매출 감소 규모는 예측하지 못했다"며 "1분기 매출 전망치가 840억달러(약 94조원)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애플의 기존 전망치인 890억~930억달러(약 100조~104조원)에서 최소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 이상 크게 준 것이다. 발표 후 애플은 시간외거래에서 7% 이상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9년 1월 4일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서 애플의 실적 전망치 하향조정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애플 제품 리셀러 매장.

◇ 애플 쇼크에 미국·유럽·아시아 증시 출렁

애플 주가 폭락은 전세계 증시 폭락으로 이어졌다. 우선 이날 IT(정보기술) 대형주인 애플이 급락하면서 뉴욕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660.02포인트(2.83%) 급락한 2만2686.22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48%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04% 하락했다. 미국증시 3대 지수가 모두 떨어진 것이다.

애플뿐만 아니라 아마존(2.52%)· 페이스북(2.9%)·알파벳(2.85%) 등 주요 IT주도 약 2.5%~3% 하락했다. 칩 제조업체인 AMD·엔비디아·스카이웍스 등의 주가도 같이 하락했다.

유럽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같은 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5% 하락한 1만416.66을 기록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도 1.66% 하락한 4611.49로 마감했으며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지수는 0.62% 내린 6692.66을 기록하며 6700선이 무너졌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50 지수도 1.29% 내린 2954.66을 기록했다.

애플 쇼크는 중국과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증시도 흔들었다. 애플이 실적 전망치를 내리면서 미국 증시가 하락한 게 영향이 컸다.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미·중 무역전쟁도 영향을 미쳤다.

4일 새해 첫 개장일에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종가보다 3.29% 급락한 1만9356.14로 거래를 시작했다. 2만선이 붕괴된 것이다. 이날 닛케이지수는 1만9477.22로 거래를 마감했다.

중국 증시도 한때 2014년 11월 이후 4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4일 개장 직후 전장보다 0.95% 하락한 2440.91까지 떨어졌다가 2510.79로 반등하며 장을 마쳤다.

◇ 아시아 지역 애플 공급사도 타격

애플이 실적 전망치를 대폭 내리면서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아시아 주요 전자업체들이 타격을 입었다.

지난 2일 쿡 CEO가 애플의 올 1분기 예상 실적을 하향 조정한 이후 애플 공급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것이다. 4일 아이폰 조립을 담당하는 대만 폭스콘과 아이폰 액정(LCD)화면을 공급하는 재팬디스플레이(JDI) 주가가 하락했다. 이밖에도 이날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TDK·무라타 등 전자부품 관련주와 야스카와(安川)전기·히타치(日立)건설 등 중국 관련주도 하락했다. 특히 세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1위 업체인 무라타는 2년 2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패트릭 무어헤드 무어인사이트앤스트레티지 수석 연구원은 "이들 업체 중 몇몇은 아이폰 판매 (부진에 관한) 문제를 지난 몇달간 고민해왔다"며 "폭스콘은 지난 분기에 이미 (이런 사태를) 경고했다"고 CNBC에 전했다.

◇ "애플 쇼크 배경엔 미·중 무역 전쟁"

이번 중국발 애플 쇼크 배경엔 미·중 무역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벌이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기업에 직접적인 손해를 끼친다고 전했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기업과 소비자에게 단기적인 충격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이번 애플 쇼크 사태만 봐도 이런 주장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중국의 경기 둔화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무역 전쟁으로 중국의 지난해 12월 제조업 지수는 2016년 이래 처음으로 50 이하로 내려갔고 중국은 경기 위축 국면을 맞았다. 이에 따라 애플 등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매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

릴랜드 밀러 차이나 베이지북 인터내셔널(CBB) CEO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은 공공 자료가 나타내는 이상으로 급속히 경기가 둔화하고 있고 미국 주가도 하락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신형 아이폰인 ‘아이폰XS’와 ‘아이폰XS 맥스’ ‘아이폰 XR’.

앞서 쿡 CEO는 올 1분기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이유로 중국 내 애플 제품 수요 부진과 더불어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중국 내 경제 성장 둔화를 들었다. 쿡 CEO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 국내총생산(GDP) 자료를 인용,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가 둔화하기 시작했다. 금융 시장에 불확실성을 안겨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스마트폰 시장도 위축됐다"고 했다.

애플 쇼크는 지난해부터 예견됐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아이폰X(텐)S맥스·아이폰XS·아이폰XR 신제품을 선보인 후 판매가 부진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연일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은 지난 분기인 2018년도 4분기(2018년 7월~2018년 9월)에 4689만대로 시장전망치(4750만대)를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