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루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임기 첫날부터 ‘소수자 배격 정책’을 내놨다. 영부인 미셸리 보우소나루 여사가 ‘새 정부는 소수자를 배려하겠다’는 내용의 수화(手話) 연설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 지 불과 몇시간 만의 일이다.

지난 1일(현지 시각)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취임식에서 영부인 미셸리 여사는 ‘수화’로 연설했다. 미셸리 여사의 수화 연설에는 새 정부가 장애인 등 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취임 전부터 차별적 언행으로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파격이었다.

2019년 1월 1일 임기를 개시한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첫날부터 소수자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영부인 미셸 보우소나루 여사의 취임식 수화 연설과는 반대되는 내용의 ‘소수자 배격’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수시간 만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영부인의 메시지를 뒤집고 새롭게 구성될 인권부처에서 성소수자(LGBT) 공동체 문제를 다루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LGBT 문제를 배격하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행정부의 인권부 장관으로 임명된 다마레스 알베스는 극우성향 목회자 출신으로, 동성애가 브라질의 ‘기독교적 가치’에 대한 위협이라며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앞서 브라질에서는 공공연하게 자신이 동성애혐오자(호모포비아)임을 밝혀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재임 중 동성 결혼을 불법화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동성커플 다수가 지난해 말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소수 민족’인 브라질 원주민과 흑인 노예 후손들에게도 가혹한 행정 명령을 내렸다. 이들의 보호구역을 축소·재조정하고, 아마존 열대우림 담당부처를 환경부에서 농무부로 이관해 아마존 열대우림 지대를 적극 벌목하고 개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원주민 보호구역 재조정 결정을 놓고 "브라질 농촌 로비의 승리"라고 평했다. 원주민 보호구역 축소를 주장하는 브라질 농민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다.

브라질은 그동안 전체 영토의 13%를 차지하는 원주민 보호구역을 두고 끝없는 각축전이 벌어졌다. 특히 기업식 대농들과 수백만의 소농들은 보호구역 개발을 주장하는 대표적 로비 세력이다. 전체인구 중 0.5%밖에 되지 않는 원주민들을 위해 광활한 영토를 방치하는 것은 낭비라는 논리다.

보호구역 대부분이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 속해 이중으로 보호받는 것도 한몫했다.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로 막대한 이익을 기대하는 목축업자와 광부 및 벌목업자들도 환경 규제 완화와 원주민 토지 보호제 철폐 및 아마존 지역에서의 더 많은 채굴과 벌목 자유를 주장했다.

이들의 지지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된 보우소나루는 후보 시절부터 원주민 토지 보호 정책이 아마존을 빼앗으려는 서방의 책략이라며 공공연히 반대해왔다. 즉 이번 원주민 보호구역 재조정 행정명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보내는 일종의 감사인사인 셈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광폭 행보에 원주민단체와 환경단체, 인권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규제 완화로 인해 지구의 마지막 허파인 아마존 열대 우림이 파괴될 위기에 놓였고, 원주민은 다시 한 번 땅을 뺏길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대선에서 보우소나루에게 패한 마리나 실바 전 환경부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보우소나루가 가능한 가장 최악의 방법으로 그의 정부를 시작했다"고 썼다.

브라질 시민단체회 옵서버토리오 도 클라이마는 성명을 내고 "이는 환경보호를 포기하고, 토착민들의 권리를 빼았고 그들이 땅을 빼앗아 개발하겠다는 그의 선거 공약을 이행하는 첫 걸음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