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아, 아아 소리치고 싶다. 날뛰며 까불고 싶다.

나에게 꼬리가 있다면 강아지 꼬리보다 더 바쁠 것이다. 더 설렐 것이다. 더 나부낄 것이다.

꼬리가 있대도 마침내는 붙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 생일 같은 날.

ㅡ박경용(1940~ )

하늘 마을에서 핀 눈꽃 송이송이가 하얗게 내리는 날은 누구든 맘 설레어 가만히 있기가 어렵다. 뛰고 뒹굴며, 눈 속의 풍경이 되고 싶어진다. 이것은 인류의 공통, 보편 서정이다. 어린 날엔 소리치고 날뛰며 까불었다. '날뛰며 까분다'는 말은 좋은 뜻이 아닌데, 여기서는 오히려 빛난다. 생일 같은 날이어서. 강아지처럼 꼬리가 있다면 너무 빨리 살랑거리고 나부끼다가 그만 떨어져 버릴 정도다. 동심적으로 실감나게 그린 눈 오는 날의 즐거움이 펄펄 날아서 다가온다.

새해 앞마당이다. 서설(瑞雪)이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함박눈이 쌓이는 길을, 순은(純銀)의 눈밭을 어릴 때처럼 발자국 또박또박 새기며 걷고도 싶어진다. 우산 같은 건 던져 버리고, 어린이처럼 아, 아아 눈꽃을 한입 받아보고 싶다. 이러면 유치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