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가 한계 상황에 다가서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경제 사정이 크게 악화했지만 제재가 완화·해제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유력 민간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은 19일 "예상보다 빨리 북한 경제가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올해 북한은 고강도 경제 제재의 여파로 작년보다 수입 40%, 수출 90%가 급감한 상황이다. 이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17년 북한으로 들어온 FDI(외국인직접투자) 유입액을 6300만달러(약 711억원)로 추산했다. 2016년(9300만달러)보다 32%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긴축 정책을 쓰지 않고, 생필품 수입을 늘리고 불법적인 해상 석유 환적에 적극 나서는 등 거시경제와 주민 생활경제를 공격적으로 운영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내부 경제 안정화를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덕분에 장마당 경제가 정상 작동했고 외환시장과 의식주 생필품 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미국과의 핵 협상이 북한에 유리하게 타결돼 제재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격적 경제 운용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경상수지 악화와 외환보유액 감소가 빨라져 한계 상황이 예상보다 빨리 온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북·미가 (비핵화) 합의에 도달한다 해도 제재가 해제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란 사례에 비춰볼 때 미·북 핵 합의는 비핵화 관련 제재만 포함하고 기타 제재 조치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한 경제가 한계에 가까워지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관찰된다. 6·12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에 집중됐던 북한의 대미(對美) 요구가 9월 이후 제재 완화·해제로 옮겨간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 지도가 군사 분야(8회)보다 경제 분야(43회)에 집중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노동신문은 이날 "우리 당은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와의 투쟁을 심각한 정치투쟁으로 보고 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했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경제 악화로 인해 민심이 이반·동요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 같다"며 "경제 파탄의 책임을 일부 관리의 부정부패 문제로 몰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통계청은 지난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3.5%로 1997년(-6.5%)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작년 3.1% 성장했다. 남북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격차는 1990년 11배에서 작년 43배로 벌어졌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북한은 작년 146만원으로 한국(3364만원)의 23분의 1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