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당 원내대표가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선거제도 변경 방안에 합의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대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방안이다. 지금처럼 최다 득표자 1인만 당선되는 승자 독식 제도가 만드는 사표(死票) 문제를 줄여 투표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다당제로 바뀌면서 양당 극한 대립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국회의원 숫자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여야는 330석(10% 증원) 이내 확대를 검토한다고 했지만 시뮬레이션에 따라 400석이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의 300명 선을 유지하려면 지역구 253석을 대폭 줄여야 하나 그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 지금 국회는 거의 혐오 대상이 돼 있는데 의원 숫자를 늘리자고 하면 그 뜻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의원의 특권을 사실상 폐지 수준으로 낮추고 이를 다시 바꿀 수 없도록 법제화하면 국민의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스웨덴·덴마크 등 유럽 의회는 의원 두 명당 한 명의 비서가 있다. 우리 의원이 이들보다 무슨 일을 더 한다고 혼자서 7~8명에 달하는 보좌진을 부리나. 유럽 의원들은 사무실도 하나를 반으로 나눠 쓰는 곳이 적지 않다. 우리 국민은 한국 의원들이 왜 유럽 선진국 의원보다 더 많은 세비, 과도한 보좌진, 번쩍이는 고급 차, 넓은 사무실을 누려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면책특권 남용 방지와 불체포 특권 폐지, 국회의원 소환제 같은 공약은 대부분 공약(空約)으로 끝났다. 이런 특권부터 전부 폐지한 후 이를 입법화로 못 박은 뒤에 의원 증원을 논의해야 한다. 내년도 국회 총예산이 6300억원이다. 이 돈을 대폭 삭감한 뒤에 의원을 늘린다면 국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하지만 개혁적이라는 의원도 특권 폐지 얘기만 나오면 꼬리를 뺀다. 의원 되는 것을 출세한 것으로 안다. 그런 자세라면 연동형이든 무엇이든 이뤄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