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대기업들도 학점, 토익 성적은 거의 보지 않습니다. 반면 한국 기업은 사람보다 스펙을 보는 것 같아요."
니시야마 고우(28·사진)씨는 서울에서 취업 정보 업체인 '샹그릴라'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청년들을 일본 기업에 소개해주는 업체로 올 초 창업했다. 9개월간 한국인 100여명을 도시바, 닛산 등 일본 기업에 취직시켰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의 취업 시장은 극과 극이다. 일본은 9월 기준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1.64개로 44년 만에 가장 일자리가 많았다. 반면 한국은 IMF 경제 위기 이후 청년 실업률이 최악이다. 그는 "한국 젊은이들과 이야기해보니 취직을 하기도 전에 이직(移職)을 꿈꾸는 것 같더라"고 했다. 회사 역시 지원자의 가능성보다는 스펙을 먼저 본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 기업은 한국보다 '평생직장' 개념이 강해 신입 사원을 '신입 가족' 뽑듯이 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 기업은 채용 단계에서 면접만 서너 차례 본다고 한다. "물론 학벌을 보지만 학벌보다 중요한 것이 '이 사람이 우리 가족이 될 수 있는가'입니다. 이 점이 납득되지 않으면 아무리 고(高)스펙이라도 일자리를 얻기 어렵습니다."
일본에 일자리가 많아 취업이 쉽다는 이야기는 "반만 맞는 이야기"라고 했다. 기업이 구인에 적극적이고, 영어 성적을 까다롭게 요구하지 않지만 '우리 회사 분위기에 맞는 사람'이 아니면 뽑지 않는다고 했다. "자기소개서에 일본에 취직하고 싶은 이유로 '일본 애니메이션이 좋아서' 정도를 써 넣는다면 토플이 만점이어도 취직 확률은 낮습니다."
그는 외교관 출신이다.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외무성 종합직 시험에 합격했다. 외무성 중국과(課)를 거쳐 작년 중국에서 연수를 받던 도중 퇴직했다. "한·중·일 3국이 긴밀히 협력하는 공동체를 건설하자는 꿈이 있었지만 역사 문제 때문에 외무성에서 이것을 달성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봤습니다. 앞으로 민간에서 노력하려고 합니다."
한·중·일 청년 사이에 이해의 폭을 넓히는 프로젝트가 취업 교류였다. 그는 "내년엔 한국 청년 200명을 일본에 보내고, 그다음 해에는 중국 청년을 일본 기업에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