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영문명은 한때 한국어를 그대로 옮긴 'Bang Tan Sonyeondan(BTS)'이었다. 지금은 'Beyond the Scene(BTS)'이다. 작년 7월 발표된 새 이름으로, 외국에서 'Bulletproof Boys'나 'Bangtan Boys' 등보다 더 널리 알려지며 방탄소년단 인기에 날개를 달았다. 올해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으로도 뽑혔다.
이 이름을 만든 주인공은 신명섭(41) 플러스엑스 대표. 디자이너들이 '가장 잘하는 디자이너'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안그라픽스와 네이버를 거쳐 2010년 브랜드 디자인 회사 플러스엑스를 공동 창업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등이 당시 창업 멤버다.
최근 찾은 그의 사무실 한편엔 상패가 빼곡했다. 회사 로고와 패키지, 슬로건 등 디자인으로 받은 상들이다. 방탄소년단도 신 대표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의뢰를 받아 새 영어 이름을 짓고, 로고 등을 디자인했다.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하면서 방탄소년단보다는 BTS를 전면에 내세우는 만큼, 그에 어울리는 이름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팬클럽 '아미(ARMY)'와의 관계성도 놓치지 않아야 했고요."
신 대표는 브랜딩에 대해 "글 제목을 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제목을 붙이려면 먼저 본문을 읽어보는 것처럼, 방탄소년단의 모든 스토리를 펼쳐놓고 죽 훑어봤습니다. 다른 아이돌과 구별되는, '방탄소년단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지요."
그는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며 성장하는 청춘'으로 요약했고, 그에 맞춰 이름과 로고를 만들었다. Beyond the Scene은 마주한 현실의 장면(scene)을 끊임없이 넘어서(beyond) 나아간다는 뜻이며, 로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때의 모양에서 착안했다. 신 대표는 "함축적이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려 했다"며 "여러 굿즈(상품)에 응용하기도 쉬운 디자인"이라고 했다. 함께 나온 팬클럽 아미의 로고는 이 열린 문을 반대편에서 바라본 모양으로, 아이돌과 팬덤의 상호 관계를 잘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신 대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디자인 코리아 2018'에서 강연하는 등 연단에도 선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국내외 많은 업체의 디자인이 호평받으며 유명세를 얻었다. YG엔터테인먼트, 편의점 CU, CJ대한통운, 11번가, 카카오페이지 등 디자인이 그의 작품. 최근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기업과도 일하고 있다. 그는 "BTS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며 "소비자의 충성도와 애정이 강했고, 반응도 열광적이었다"고 했다. "처음 티저(예고)를 공개했을 때 별다른 설명이 없었는데도 팬들은 단번에 제가 의도한 뜻을 해석해냈어요. 로고에 무늬를 넣거나 합성해서 2차 창작물도 만들어냈고요. 다른 프로젝트에선 겪어본 적 없던 일이라 인상적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