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가 영국 대영박물관에 ‘모아이 석상’ 반환을 강력히 요구했다. 영국이 1868년 칠레령 이스터섬에서 모아이 석상 ‘호아 하카나나이아’를 약탈한 뒤 이를 대영박물관에 전시한 채 다시 돌려주기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칠레 이스터섬 대표단은 20일(현지 시각) 런던을 방문해 대영박물관 측과 회동을 갖고 모아이 석상 반환을 요청했다. 영국이 석상 보존 등을 이유로 들며 계속 거절하자 아예 대표단을 파견한 것이다. 모아이 석상은 오직 남태평양 이스터섬에서만 발견된 신비한 고대 석상이다.

2018년 11월 20일(현지 시각) 칠레 이스터섬 대표단이 대영박물관을 방문해 모아이 석상 반환을 요구했다. 사진은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모아이 석상의 모습.

타리타 알라콘 이스터섬 주지사는 회동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국인들이 갖고 있는 것은 우리 라파누이족의 영혼이다. 제발 우리에게 석상을 돌려달라"며 "우리의 아이들이 이 석상을 직접 보고 만지며 역사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하며 눈물을 보였다.

칠레는 모아이 석상이 이스터섬 토착민 라파누이족에게 신성시되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만큼 석상이 원래 속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스터섬에 야외 박물관을 지어 돌려받은 모아이 상을 제대로 보존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영국이 완전한 반환이 아닌 ‘조건부 대여’를 내세워 협상은 교착에 빠진 상태다.

영국 해군이 150년전 약탈해 빅토리아 여왕에게 바친 ‘호아 하카나나이아’라 불리는 이 모아이 석상은 높이 2.13m로 작은 편에 속하지만, 등 부분에 부족민의 신화와 관련된 인물이 새겨져 고고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된다.

영국이 문화재 반환 시비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국주의 시대 전세계 곳곳에서 약탈해간 문화재를 마치 자신들의 것인냥 전시하고서는 ‘더 보존을 잘한다’는 이유로 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영박물관에서 영국의 물건은 박물관 건물이 전부라는 농담도 있다.

가장 유명한 ‘반환시비’ 중 하나는 고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조각품이다. 영국이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절반 가까이를 허물다시피 해 유물을 훔쳐갔지만 돌려주지 않아 ‘소유권 논쟁’이 계속 진행 중이다.

칠레가 반환을 요구한 모아이 석상은 현재 대영박물관 24번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대영박물관을 방문한 이스터섬 사절단이 타국의 박물관에 전시된 모아이 석상을 바라보며 감격과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