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책실장이 어제 당·정·청 회의에서 2%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성장률에 대해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와 비교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 주도 성장을 앞세우다 경제 침체를 불렀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독일·프랑스·일본은 2%에 못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보다 12배나 큰 미국 경제가 우리보다 높은 2.9% 성장하는 것을 더 주목해야 한다. 이미 오래전에 고도성장을 마치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독·프·일과 우리를 비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우리 경제는 아직은 성장 동력이 유지돼야 하는 경제다. 그런데 경제의 종합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성장률이 2%대 후반에 그쳐 세계 평균(3.7%)에 못 미치고, 우리 경제를 추격하는 신흥국(평균 4.7%)에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면 정부는 변명이 아니라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부가 장담했던 3% 성장에 실패한 것은 미·중 무역 전쟁 등 대외 요인의 영향도 클 것이다. 그러나 소득 주도 성장론이라며 최저임금을 과속 인상해 고용 참사라고 할 정도로 일자리가 줄고, 노동 개혁과 규제 혁신이 빈 수레에 그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낮췄지만,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 소득 주도 성장을 밀어붙인 장본인이 "2%대도 괜찮다"고 한다.

"근거 없는 경제 위기론은 국민의 경제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말도 했다. 조선·해운이 흔들리고 자동차 산업도 위기 조짐이 보인다. 81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의 견인차 노릇을 하는 반도체 호황이 당장 올해 4분기부터 저물어간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대외 불안 요인도 적지 않다. 결코 안이하게 볼 일이 아니다.

장하성 실장은 소득 주도 정책 실패 대책으로 세금 퍼주기 한 것도 "국민이 낸 세금을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정부의 책무"라고 했다. 그에 앞서 일자리 대책이라며 쓴 54조원이 어디로 갔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장 실장은 "경제를 시장에만 맡기라는 일부 주장은 한국 경제를 더 큰 모순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했다. 경제를 시장에만 맡기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장을 적대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러는 것을 보면 경제팀이 바뀌어도 정부 정책에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을 예고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