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이탈리아 전역을 강타한 폭우로 사망자 수가 12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특히 이탈리아 북동부의 베네치아(베니스)는 흘러들어온 바닷물 때문에 유적지 상당수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베네치아는 작은 섬 118개를 400여개 다리로 연결한 ‘물의 도시’다. 베네치아는 29일 강풍을 동반한 집중호우로 범람 수위가 156cm까지 높아졌다. 2008년 12월 이후 1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아드리아해의 바닷물이 밀려들어 도시 면적의 75%가 물에 잠겼다.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이 물에 잠겼다. 오른쪽 건물이 산마르코 대성당, 왼쪽은 두칼레궁전.

베네치아 도심에 있는 대표 관광지 산마르코 광장은 호수처럼 변했다. 광장을 상징하는 산마르코 대성당에는 염분이 가득한 바닷물이 90cm 높이까지 들이쳤다. 10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산마르코 대성당은 벽돌로 지어졌다. 바닷물에 잠기면 벽돌 특성상 침수된 면적보다 더 많은 면적에 부식이 일어난다. 대리석 바닥을 비롯해 황동 기둥, 천장 모자이크까지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CNN은 전했다.

산마르코 대성당 관리 책임자 카를로 테세린은 "하루 만에 대성당이 20년이나 노화됐다"며 "이마저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2018년 10월 29일 폭우로 물에 잠긴 이탈리아 베네치아.

역사가 깊은 다른 장소들도 물에 잠겼다. 산마르코 광장에 있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카페 플로리안’도 침수됐다. 이 카페는 1720년 문을 연 이후 독일 철학자이자 문학가 괴테, 희대의 바람둥이로 알려진 자코모 카사노바,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즐겨 찾아 베네치아의 대표 관광명소가 됐다.

베네치아의 한 갤러리에 보관되고 있던 스페인 화가 후안 미로의 그림 두 점도 침수 피해를 당했다.

베네치아에서는 매년 늦가을과 초겨울에 수위가 높아지는 ‘아쿠아 알타(높은 물)’ 현상이 일어난다. 연평균 4차례 도시가 물에 잠긴다.

2018년 10월 29일 폭우로 물에 잠긴 이탈리아 베네치아.

이번엔 높은 조수와 북아프리카에서 불어온 ‘시로코’로 불리는 강풍, 폭우가 겹쳐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상 버스 운행이 중단됐고 주민과 관광객은 허리까지 오는 물살을 헤치고 이동해야 했다. 상점들은 범람하는 물살을 막으려 차단막을 설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바구니로 물을 퍼내는 상점 주인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31일 수위는 90cm까지 내려갔다. 1일에는 110cm로 다시 조금 높아질 것으로 예보됐다. 루이기 브루그나로 베네치아 시장은 "모든 것이 잘 통제되고 있다"며 "현재 수위는 (홍수가 나기 전인) 지난주 금요일과 같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베네치아 수몰’을 막기 위해 2003년 ‘모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드리아해의 바닷물이 베네치아 군도로 드나드는 입구 세 곳에 수위가 높아질 때만 닫히는 강철 가동보를 설치하기로 했다. ‘여닫이문’을 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많은 비용과 부패 스캔들 때문에 공사는 오랫동안 지연된 상태다. 현재 공사가 92~93%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