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도 직권남용에 대해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과거 검찰은 공무원이 일하다 잘못을 해도 사리사욕 위해 돈을 먹지 않았으면 웬만해선 직권남용으로는 형사처벌하지 않았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 수사 때 이 혐의를 적용해 상당수 공무원을 처벌하긴 했지만 선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 내에선 "사법연수원에서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직권남용죄 공부하느라 머리 아프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자 검찰은 지난 6월 아예 직권남용죄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 법원의 유·무죄 판단 사례 30여 개와 법리 분석을 담은 자료다. 예컨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개입한 사건에 대해선 '문체부 내 파벌 문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문체부에) 전보 조치를 요구했기 때문에 (개입) 목적이 부당하다거나 필요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무죄로 판결됐다'고 돼 있다. 대검 관계자는 "직권남용죄가 생소한 검사들에게 참고하라고 배포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법원이 최근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엄밀하게 법리를 따져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늘면서 "또 판례 분석하느라 머리가 아프다"는 검사들도 많다고 한다.
한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게 한 직권남용 혐의는 2심까지 유죄가 났다"며 "하지만 법원이 최근 직권남용을 까다롭게 보는 것 같아 어떻게 기소해야 유죄가 나올지 고민하는 검사들이 꽤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