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현 안양 동편동물병원장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한 국회의원이 벵골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나왔다. 지난달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를 사살한 당국의 과잉 대응을 지적하기 위해 퓨마를 닮은 벵골고양이를 등장시킨 것이다.

국정감사장에선 보도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철제 우리에 갇힌 벵골고양이는 겁에 잔뜩 질린 눈빛으로 연신 고개를 들었다 내렸다 하고 납작 엎드리기도 했다. 그 고양이는 물과 사료, 담요, 리터박스(고양이 화장실) 등도 없이 국정감사장에 장시간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

고양이만큼 진료하기 어렵고 조심스러운 동물도 없다. 고양이 보호자는 고양이가 아파도 병원을 찾는 것을 조심스러워 한다. 고양이가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도시의 소음과 빛에 노출되고, 동물병원에서는 강아지 짖는 소리에 놀랄 수도 있다. 고양이 보호자는 병을 치료하려다 거꾸로 병을 얻을까 봐 불안해한다. 고양이의 성격이 워낙 예민하고 섬세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양이와 강아지의 출입구 및 진료실을 나눠 운영하는 동물병원이 생기고 있다. 고양이만 진료하는 일명 '캣프렌들리 병원'도 등장했다.

고양이의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외출하고 돌아온 주인의 다리에 우연히 부딪힌 것처럼 인사하는 고양이의 매력은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 시대, 고양이를 반려가족으로 맞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고양이를 입양하면 아기든 어른이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새 환경에 적응하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고양이는 작은 환경 변화에도 스트레스가 촉발돼 잠복해 있던 질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면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동물이 등장하는 서커스나 동물원에서도 동물에 대한 배려를 중요시하는 게 세계적 흐름이다. 동물을 함부로 죽이거나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할 뿐 아니라 각 동물의 습성을 고려해 적절하게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즐거움을 위해 힘없는 동물을 불필요한 고통에 노출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