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생활 곳곳에서 발견되기에,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잠시 미적 포만감에 빠져들 수도 있다. 출시 30주년을 맞아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호안 미로(1893~1983)의 그림을 겉봉에 새긴 '진라면'이 그런 경우다. 노랑·빨강·파랑 등 원색을 사용해 밝고 율동적인 단순한 구성의 이미지가 특징인데, 그의 세 작품 'The Melancholic singer' 'Morning star' 'The Nightingale's song at Midnight and the Morning rain' 속 문양을 추출해 넣은 것이다. 오뚜기 측은 "국내 라면 봉지에 해외 명화(名

)가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고급화와 더불어 미술 향유의 순간을 마련코자 했다"고 말했다.

'한예지 휴지'. 아래 사진은 왼쪽부터 '진라면' '덴마크 우유' '피츠'.

미술이 편의점으로 들어가고 있다. '손안의 미술관'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출범한 이른바 아트 컬래버레이션. 대중적 지명도 높은 예술 작품을 통해 제품의 인상을 손쉽게 전달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식품과 감기약 등 손 닿기 쉬운 제품군으로 미술이 속속 침투하고 있다. 음료가 빠질 수 없다. 최근 맥주 '피츠'는 미국 팝아트 작가 케니 샤프(60)의 그림을 그려넣은 한정판을 내놨다. 네덜란드 화가 반 고흐(1853~1890)의 대표작 '밤의 카페테라스' '해바라기' '고흐의 방'을 겉면에 인쇄한 스페셜 패키지를 발매한 캔커피 '칸타타'도 재미를 봤고, 동원F&B 우유 '덴마크 명화 시리즈'는 우유팩에 프랑스 에두아르 마네(1832~1883)의 '피리 부는 소년' 등 고전 인물화를 삽입해 고급 가공유 시장 매출 1위에 올랐다.

인터넷 마켓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온라인으로만 판매되는 화장지 회사 한예지 측이 브라질 팝아트 작가 로메로 브리토(55)와 협업해 내놓은 티슈 등이다. 생활 속 미술이 더러움을 닦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