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프로부터 주말골퍼까지 지도하며 복잡한 이론을 쉬운 느낌으로 전달
지난 여름엔 '임진한의 터닝포인트-사람人레슨' 발간
어느 날 '레슨계의 대부'라 불리는 임진한(61) ㈜에이지슈터 대표와 성악가 김동규씨가 함께 라운드를 할 때 일이다. 김동규씨는 상당한 골프 실력의 소유자였다. 몇 홀을 돌다 갑자기 김동규씨가 "아~"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주변에 방해는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특이한 행동이었다. 임대표는 영문을 몰라 "노래를 하실 것도 아닌데 왜 그러시느냐"라고 물었다. 김동규씨가 웃으며 답했다. "저는 힘을 뺄 때 이렇게 해요. 노래부르는 사람의 오랜 습관이죠"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임대표님과 다른 점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드라이버 거리가 30야드 정도 차이가 나는데 백스윙때 임대표님은 힘이 하나도 안들어가는데 저는 어깨와 손에 힘이 들어가더군요. 그 차이 때문에 거리도 차이가 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한 두홀 힘을 빼고 스윙을 하는 연습을 해본 겁니다. 9홀쯤 되면 저도 임대표님과 비슷하게 거리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의 말대로 후반 들어서는 30야드 차이가 나던 드라이버 거리가 5야드 정도로 줄어들었다.
힘을 빼는 것은 골프 실력 향상의 기본중의 기본이다. 임 대표는 "결국 몸에 힘을 빼는 것을 배워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어요. 그 다음에 손목 스냅을 주는 것이라든가 체중 이동이라든가 몸의 회전이라든가 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되거든요"라고 했다. 골프는 우선 상체와 등의 힘을 발바닥으로 떨어뜨릴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프로들의 어드레스 자세를 보면 온몸의 힘이 빠져 있음을 척 보아도 느끼게 된다. 힘을 뺄 줄 아는 사람은 골프를 쉽게 배우고 잘 친다. 반대로 몸에 힘이 빠지지 않으면 스윙 코치 앞에서는 잘되던 동작도 혼자 있으면 금세 옛날의 나쁜 습관으로 돌아간다.
임 대표가 한번은 가수 배기성씨에게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대답이 귀에 딱 꽂혔다. "힘을 빼야 고음도 할 수 있습니다" 라고 하는 것 아닌가.
배기성씨가 소개한 목에서 힘 빼는 법은 이랬다. 혓바닥을 입밖으로 축 늘어뜨린 채 "에~에~"하고 소리를 내보라는 것이었다. 이 연습을 하다 보면 목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을 터득할 수 있다.
골프처럼 노래도 힘빼는 법을 알아야 실력이 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노래와 골프의 근본 이치는 같은 것이다. 따져보니 세상 일이 다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도 어드레스할 때 입을 '하아~'하고 벌리든지, 항문에서 힘을 툭 빠지게 하든지 이런 주문을 자꾸 하거든요. 배기성씨나 김동규씨가 골프 레슨을 해도 참 잘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분들은 힘 빼는 법을 잘 터득하고 있고 남들에게도 쉽게 가르쳐주는 거예요. 골프도 마찬가지로 힘 빼고 기술 배워야 해요. 기술 배우고 힘 빼려면 잘 안된다는거죠."
임 대표는 얼마전 골프 레슨과 자신이 골프를 통해 만난 사람들을 소개하는 책 '임진한의 터닝포인트-사람人레슨'을 펴냈다. 그가 주례사를 했던 박인비와 남기협 부부 이야기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골프 이야기가 따뜻한 시선과 함께 녹아있다. 그는 1977년 프로에 입문, 국내 5승과 일본 투어 3승을 거두었고 마흔 한살 나이에 골프아카데미를 개설해 21년간 지도한 경험이 있다. 그가 하는 레슨 프로그램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보다 시청률이 더 잘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는 칭찬이라도 좀 하면 "저는 사투리를 쓰는데다 아는게 많지 않은데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늘 자세가 낮다. 그래서 남들이 더 높이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골프도 어딘가 아프거나 베스트 컨디션이 아닐 때 조심 조심 치다보면 최고의 성적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우리 농담 중에는 무엇인가를 익히는 데는 대략 3년쯤은 걸릴 것이라는 전제가 담긴 표현들이 많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라면집 개 등 여러 케이스로 변주된다. 골프에서도 힘빼는 데 3년 걸린다고 한다.
임대표가 권하는 '힘빼는 법'은 3개월이면 된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골프란 운동이 머리와 척추뼈를 중심으로 통닭구이처럼 뺑뺑 도는 운동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운동을 평소에 전혀 안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겁니다. 맨손운동으로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어드레스를 하고 양손 주먹을 위아래로 붙여 가슴 앞에 두고 바로 피니시 동작을 하는 운동을 하는 겁니다. 쉽게 할 수 있으니까 하루에 100번, 200번씩만 하면 안 돌던 몸통이 회전이 되고 힘이 빠져요. 오른발에 체중이 남는 동작이 싹 없어져요. 우선 1주일만 해보면 느낌이 달라지고 한달 두달 세달이 지나면 내 골프가 왜 이렇게 늘고 비거리도 늘었지 하고 놀라실 겁니다." 너무 간단하고 쉬워서 처음엔 '이것도 비법이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와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부터 자꾸만 생각나는 글귀가 있었다. 집에 돌아와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도(道)랍니다. 기술보다 훨씬 앞서죠. 제가 처음 소를 잡을 때 보이는 것은 온통 소뿐이었죠. 그러다가 3년이 지난후에는 소 전체를 본적이 없었고, 요즘에는 정신으로 대할 뿐 눈으로 보지도 않습니다. 감각기관의 활동을 멈추고 오직 정신만을 운용하는 거죠. 소 몸체가 부여받은 자연스러운 이치(天理)에 따라 칼질을 합니다. 근육의 틈새를 젖혀 열거나 뼈와 관절의 빈 곳에 칼을 쓰는 일은 소 본연의 생김새를 따르기 때문에 지금껏 힘줄이나 근육을 베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물며 큰 뼈야 방해가 되겠습니까? 솜씨 좋은 백정은 일 년만에 칼을 바꿉니다. 힘줄이나 근육을 베기 때문이죠. 보통의 백정은 한 달 만에 칼을 바꿉니다 무리하게 뼈를 자르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지금 제 칼은 19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동안 소 수천마리를 잡았지만 칼날은 막 숫돌에서 갈아낸 듯 예리합니다. 소의 관절은 틈새가 있고 예리한 칼날은 두께가 얇습니다. 그러니 얇은 칼날을 틈새에 넣으면 칼 놀리기에도 넓고 넓어 여유마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 칼은 19년을 사용했는데도 막 숫돌에서 갈아낸 듯 예리합니다."
조선닷컴 전문기자 사이트 '민학수의 올댓골프( allthatgolf.chosun.com )'에서 국내외 뉴스와 다양한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도 즐길 수 있습니다.
▶민학수의올댓골프 http://allthatgolf.chosun.com/
▶유튜브 https://goo.gl/qBBwFf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ll_that_golf_chosun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allthatgo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