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의 쌍릉에 다녀왔다. 쌍릉은 200m 남짓 거리를 두고 있는 두 개의 왕릉을 일컫는 말이다. 학계에서는 쌍릉을 '서동요'의 주인공인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7월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발표한 내용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두 개의 왕릉 중 더 규모가 큰 왕릉에서 인골이 발굴되었고 이 인골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밝힌 것이다. 인골의 주인공은 7세기 초중반에 숨진 60대 정도의 남성이며 신장이 161~170㎝로 당시로는 장신에 속한다. 무왕의 재위 기간을 생각했을 때 사망 추정 시기가 맞고 '풍채가 훌륭하다'고 묘사된 삼국사기의 기록과도 어긋나지 않는다.

내 이목을 끈 것은 뼈의 성분을 토대로 당시 인물의 식습관을 추정한 대목이었다. 인골의 주인공은 사망 직전까지 곡물과 어패류 섭취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재의 우리가 성인병이라 부르는 질환들도 다소 앓은 듯했다.

쌍릉 건축에 사용된 석재는 익산에서 채취한 황등석이 사용되었다. 황등석은 국내에서 채굴되는 화강암 중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이물질과 철분의 함량이 적어 부식과 마모 없이 긴 세월을 견딘다. 백제 시대의 석탑부터 옛 서울역, 한국은행 본관, 국회의사당, 청와대 영빈관, 독립기념관 등에 이 황등석이 사용되었다.

왕릉과 돌처럼 오랜 시간을 건너온 것이 또 하나 있다. 음식 문화다. 대부분의 호남 지역이 그렇듯 익산에서는 먹을 것도 또 먹어야 할 것도 많지만 이런 가을날이라면 민물새우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금강의 맑은 물에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익산 금마저수지 인근의 물머리집은 이 민물새우를 칼칼하게 탕으로 끓여내는 곳이다. 민물새우는 주로 손톱 정도의 작은 크기지만 특유의 향과 얕은맛은 결코 작지 않다. 주인공은 새우만이 아니다. 식당에서 직접 일구는 넓은 무밭, 그곳에서 재배한 무청으로 만든 시래기가 새우탕에 그득하다. 물에서든 뭍에서든 뜨거운 여름을 다 지내고 나서야 마주하는 시간의 맛, 한 천 년쯤 기억하고 싶은. "민물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신경림, '목계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