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부인 "남편이 성추행범으로 몰렸다"
1심 징역 6개월..법정구속
법조계 "1심 뒤집을 증거없다면, 반전 어렵다"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직장인 A씨의 아내가 지난 6일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렸다. 이 글은 나흘 만인 10일 오전 현재 24만5000명이 동의해 '최대 추천 청원'에 올랐고,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사건의 진상과 관계없이 인터넷은 남녀로 나뉘어 성대결 양상의 댓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직장인 남성 A씨가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자 A씨 아내가 ‘제 남편의 억울함 좀 풀어주세요.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글을 지난 6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글은 10일 24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작년 11월, 일어난 일은 어떤 내용?
A씨 아내가 올린 사연은 이렇다. A씨는 작년 11월 자신이 준비하는 모임이 있었다. 다들 정장을 입는 아주 격식 있는 자리였고, 윗분들을 많이 모시는 자리였기에 A씨는 아주 조심스러웠다. 새벽 1시쯤 행사가 마무리되고 모두 일어나서 나가려고 할 때 자리를 정리하기 위해 식당 안으로 들어가던 A씨는 여성 B씨랑 부딪혔다. B씨는 "A씨가 엉덩이를 만졌다"며 그 자리에서 경찰을 불렀고, A씨는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지난 5일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성폭력치료 4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3년도 함께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그 내용이 자연스럽다"며 "피해자가 사건 직후 바로 항의하는 등 반응을 을 보더라도 A씨가 인식 못할 정도로 단순히 스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판결 부당하다" 호소글, 인터넷서 와글와글
A씨 아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뿐 아니라 일간베스트, MLB파크 등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건 당시 CCTV 화면과 판결문 등을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자 지난 8일 피해자 B씨의 친구라는 한 네티즌이 '저는 사건 당시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친구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반박 글을 올렸다. A씨 아내의 주장이 사실과 많이 다르며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해 차후 대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네티즌들은 양측으로 갈려 인터넷 게시판은 금방 뜨거워졌다. A씨 측 글에는 "여자가 억지 부린다. 어처구니가 없다", "판사가 제정신이 아니다", "철저하게 밝혀 거짓이라면 무고죄로 잡아 넣어라" 등 판결이 부당하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반면 B씨 지인이 올린 글에는 "성범죄 사건에서 어떻게 가해자에 이입하는지 어이가 없다", "남자가 오른손만 옆으로 뻗는 게 이상하다"는 등의 지지 글이 달렸다.

2017년 11월 26일 새벽 1시 발생한 강제추행 사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화면 우측에서 피의자 남성 A씨와 피해 여성 B씨가 다투고 있다.

◇"합의금 요구했다" vs. "그런적 없다"
A씨 아내는 피해여성 B씨가 합의금을 요구했지만 남편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 아내는 글에서 "여자가 합의금 1000만원을 요구했고, 신랑은 '갈 때까지 가보자, (무죄가) 명백하니 법정에서 다 밝혀줄 것'이라 생각해 재판까지 가게 됐다"고 적어다. 이어 "작년 11월부터 올 9월까지 계속되는 재판에 신랑도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며 "벌금형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고, 신랑은 너무 억울하지만 끝내자는 생각으로 재판에 갔는데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B씨 측은 ‘절대 합의금을 요구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B씨 친구는 "아내 분의 허위 주장과 그로 인해 피해자를 향한 모욕적인 댓글에 (B씨가) 매우 충격을 받고 화가 난 상태"라면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피해자를 꽃뱀으로 매도당하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히려 "사건 초기 A씨 측 변호사가 피해자 측 변호사에게 합의금 300만원을 제시해 거절했다"며 "B씨는 넉넉한 형편의 가정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아온 외동딸로, 합의금 받으려고 공공장소에서 망신을 불사할 정도로 돈이 궁하지 않다"고 했다.

◇법조계 "유죄 뒤집을 증거 없으면 항소심도 어려워"
A씨 아내는 "당시는 성추행이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무죄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신랑과 지인들이 전혀 그런(성추행한) 게 없다고 해도 여자가 무조건 당했다고 해버리니 더 이상 신랑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B씨 친구는 "저희 일행 남자 한 명이 소란을 듣고 나와 가해자 일행과 시비가 붙어 큰 싸움이 났다"며 "그런 상황에서 가해자는 혼란스러운 틈을 타 현장에서 도주했다가 한 시간 남짓 후 일행들의 계속되는 전화에 경찰서로 와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억울하면 그 자리에서 밝히지 않고 자리를 피했느냐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A씨가 불리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초범인데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한 것도 과도한 처벌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고,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면 벌금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그치지만, 양측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이런 경우는 유무죄에 따라 무겁게 처벌 될 수 있다"고 했다.
형사전문 로펌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 입장에선 생판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고소할 리가 없다고 본 것"이라며 "합의금도 요구하지 않았다면 정상적인 사람이 왜 갑자기 성추행범으로 몰아가겠느냐"고 했다. 그는 "A씨가 지금과 같은 입장을 유지한다면 무죄를 입증하거나 유죄를 선고받는 것 둘 중 하나인데, 항소심에서도 계속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유죄 판단을 받으면 1심과 똑같이 징역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피해자 B씨의 진술이 일관되게 유지된다면 항소심에서도 유무죄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CCTV를 보면 A씨의 팔 동작이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는데 정밀 감정을 통해 성추행이 맞는지 가려지면 결과가 달라질 여지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