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개 광역단체에서 유치원생과 초·중·고등학교 학생 1009명이 급식으로 나온 케이크를 먹은 뒤 급성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보건 당국이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일 오후 5시까지 식중독이 발생한 지역·학교·환자 수가 부산 7곳(490명), 대구 4곳(167명), 경기 1곳(31명), 전북 4곳(123명), 경북 2곳(64명), 경남 4곳(134명)이라고 밝혔다. 학교 급식 때문에 전국적으로 1000명 넘는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것은 2014년 인천 학생들이 급식 열무김치를 먹고 대규모 식중독에 걸린 뒤 4년 만에 처음이다.

집단 식중독 사태가 벌어진 22개 학교 급식에는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익'〈사진〉이라는 제품이 공통적으로 들어갔다. 식약처가 '제조과정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식품에 주는 '해썹(HACCP)' 인증 우수등급을 받은 제품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식품 제조업체 더블유원에프엔비가 만들고, 풀무원푸드머스가 유통했다. 더블유원에프엔비는 지난달부터 이달 5일까지 이 제품을 6211박스(5589㎏) 생산해 전량 풀무원푸드머스에 납품했고, 풀무원푸드머스는 다시 이 제품을 전국 152개 유치원과 학교에 공급했다.

식약처는 이 제품이 식중독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해당 케이크는 영하 18도 이하에서 유통해야 하는 냉동 제품으로, 해동 후 바로 먹는 제품이다. 식약처가 유통된 제품을 걷어 '신속 검사'한 결과,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신속 검사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3~4시간 만에 식중독균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식약처는 "살모넬라균은 달걀 등 가금류에서 주로 나온다"고 했다.

지금까지 환자가 나온 곳은 22개 학교지만, 제품이 들어간 곳은 152곳인데다, 살모넬라균은 잠복기가 72시간이기 때문에 앞으로 환자가 늘어날 위험이 있다. 식약처는 제품 판매를 잠정 중단시켰다.

피해가 가장 큰 곳은 부산이다. 중학교 4곳과 고등학교 3곳에서 식중독이 발생했다. 지난 3일 점심 급식으로 나온 케이크를 먹은 학생들이 4일 오후 설사·구토·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부산 서구의 한 중학교가 이튿날 오전 10시 30분 식중독 사실을 최초로 보건소에 신고했다. 이후 비슷한 신고가 이어졌다. 식약처는 같은 날 오후 4시 전국 학교에 문자를 보내 해당 제품을 급식으로 내지 말라고 지시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환절기에는 식중독균이 증식하기 쉬워서 냉동 케이크를 반드시 영상 5도 이하 저온에서 해동해야 한다"면서 "제품 제조·유통과정과 학교 위생 상태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미생물을 배양해 검사하는 '최종 병원체 확인 검사'는 3~7일이 걸린다. 이때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판매 중지를 넘어 제품을 전량 회수·폐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