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 베트남 'CF요정' 등극
베트남 진출기업, 홍보 효과 톡톡
연봉은 적지만, 모델료·포상·후원금 등
모델료 1년에 5억원 안팎
"박항서 TV 주세요."
박항서 베트남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이 ‘CF(광고) 요정’으로 등극했다. 가전, 식품, 금융, 제약 등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박 감독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면서 톡톡한 홍보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지난 2일 폐막한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사상 최초로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내면서, 현지에서 ‘국민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은 끝났지만, 오는 11월 동남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스즈키컵)가 있는 만큼, 박 감독을 모델로 기용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광고에 '박항서'만 등장하면 매출이 '쑥쑥'
6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박 감독은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브랜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5월 베트남 현지에서 방송되는 삼성전자 'QLED TV'의 광고 모델이 됐다. 박 감독이 TV로 축구 경기를 보면서 열정적으로 선수들과 소통하는 장면을 담은 이 광고는 유튜브에서도 822만회 재생됐다.
박 감독은 지난 5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2018 QLED TV’ 출시 행사에도 깜짝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TV시장에서 점유율 40% 이상을 기록하는 1위 사업자로 최근 65인치 초대형 TV 현지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매장 방문객이 ‘박항서TV를 보여달라’고 할 만큼, 박 감독이 브랜드 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며 "지난 2~3분기 65인치 TV 시장의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 정도로 ‘박항서 매직’을 충분히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상은 지난 3월 박 감독과 모델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육가공 브랜드 ‘득비엣’과 김치 브랜드 ‘종가집’ 광고를 하고 있다. 특히 득비엣푸드는 어린이 소시지 등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박 감독이 출연하는 TV 광고를 제작했다. 대상에 따르면 7월 득비엣푸드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항서 매직은 금융에서도 통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부터 박 감독을 홍보 모델로 기용해, 공항과 은행 지점, 신문 광고에 박 감독을 노출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 1위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잘로(Jalo)를 통해 박 감독 이모티콘을 배포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베트남 현지 고객은 박 감독이 광고 모델을 하기 직전인 지난 2월 104만명에서 7월 116만명으로 약 12% 늘었다. 같은 기간 인터넷뱅킹 사용자도 12만 4600여 명에서 17만 6000여 명으로 41% 증가했다. 실적도 늘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7.9%나 증가한 586억원을 기록했다.
에너지 음료 ‘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제약도 박 감독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베트남 진출 10여 년 만에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베트남에서 ‘박카스’는 캔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동아제약에 따르면 지난 6월 베트남 시장에 출시된 박카스는 지난 5월~8월까지 4개월간 약 280만 개가 판매됐다. 금액으로는 10억원대 매출을 거뒀다. 현재 동아제약은 피임약과 소화제에 대한 베트남 보건당국의 인허가 절차를 밟는 등 수출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박 감독이 베트남 영웅으로 떠오르고 '박항서'와 '박카스' 발음도 비슷해 박 감독을 모델로 기용하게 됐다"며 "현지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려 박카스 판매를 더욱 촉진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 "현금에 차, 집까지 주겠다" 포상·후원금에 돈방석
박 감독은 '지명도'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낮은 처우를 받아왔다. 인도네시아 팀을 이끄는 루이스 밀라(스페인) 감독은 월급이 16만 달러 수준인 데 반해, 박 감독은 월 2만 2000달러(약 2500만원)에 불과해 베트남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몸값이 너무 낮다'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낮은 연봉은 '광고모델료'로 어느 정도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광고업계 관계자는 "박 감독의 모델료는 건당 6개월 계약에 3억, 1년은 5억원 수준"이라고 했다.
박 감독과 베트남 축구 대표팀에 대한 후원과 포상도 이어지고 있다. 박 감독은 지난 1월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 일간지 전찌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이 받게 될 보너스는 511억동(약 25억 5000만 원)으로 역대 가장 큰 규모라고 보도했다.
베트남축구협회와 국가올림픽위원회 등 정부기관은 물론 기업과 단체가 포상금을 쾌척한 결과다. 포상금은 기여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눠 1인당 8억 5000만∼18억 동(약 4250만∼9000만원)씩 주어진다.
2017년 베트남 근로자 평균 월급이 660만동(연봉 7920만동)임을 감안하면, 1등급에겐 일반인들의 23년치 임금이 한 번에 지급된다. 자동차와 TV는 물론이고 고급 휴양지 무료 이용권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업체나 기관도 많다.
GS그룹 회장이자 FC서울 구단주인 허창수 회장도 지난 2월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에 격려금 12억동(약 5700만원)을 전달했다
여기에 베트남 국세청은 박 감독과 대표팀이 받는 포상금에 대해서는 기업 마케팅을 위해 제공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개인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