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없는 것처럼 ‘부어라, 마셔라’ 한 다음 날, 반성이라도 하라는 듯 따라오는 것이 바로 지독한 숙취입니다. 얼큰한 해장국 한 그릇 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북어나 콩나물은 1인 가구의 누추한 냉장고에 머무르기엔 너무도 ‘귀하신 몸’입니다.
이번 주제는 ‘나만의 숙취 해소제’입니다. 재료 사고 가스 불 켜가며 귀찮게 국 끓일 필요 없습니다. 집 주변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음료 중 알고 보면 해장에 그만인 것들이 많습니다. 나름 숙취가 해소되는 과학적 원리까지 반영된 비법들을 공개합니다.
자기 전에 비타민B 다량 먹는 것도 좋아
유명 패션지 GQ 호주판에까지 소개된 마성의 숙취 해소 음료가 있다. 바로 '갈아 만든 배'. 너무 익숙한 이름이라고? 나온 지 20년 넘은 이 '아재 음료'에는 놀라운 숙취 해소 효과가 있다. 두 캔을 연달아 마시니 얼마 안 가 두통과 갈증이 싹 사라졌다. 문제는 다른 음료에 비해 파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 술 마신 다음 날 아침 갈아 만든 배를 사려고 온 동네를 돌아다닌 적도 있다. 대안은 없을까.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답이 왔다. "배 음료가 숙취 해소에 좋은 건, 숙취 해소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수분과 당분이 많아서 그래요. 다른 과일 음료도 비슷할 겁니다." 반신반의하며 오렌지 주스나 사과 주스, 케일 주스 등을 마셔 봤더니 마찬가지로 효과가 꽤 뛰어났다. 갈아 만든 배를 찾기 어렵다면, 그냥 좋아하는 과일 음료를 집어 들어도 나쁘지 않다.
잠들기 전 비타민B를 과량 섭취하는 것도 좋다. 약국에서 파는 숙취 약도 대부분 비타민B가 주성분이다. 단 하루 권장량 수준으론 안 되고, 정말 "지나치게 많다" 싶을 정도로 먹어야 한다. 과음이란 그만큼 몸에 해롭다. 일상적 수준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것이다.
이온음료와 보리차 1대1 섞고 설탕 넣어
‘술병’은 자취와 함께 찾아왔다. 부모님과 함께 살며 자정이면 끊기는 시외버스를 타야 했던 대학생 시절과 달리 서울에 혼자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은 술잔을 내려놔야 하는 시간이 한층 넉넉해졌음을 의미했다. 그렇게 술을 진탕 먹고 잠든 어느 날 새벽, 갑자기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잠이 깼다. ‘이러다 정말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 휴대폰을 들고 남은 힘을 쥐어짜 겨우 자판을 눌렀다. ‘술병 났을 때’.
‘생명수 제조법’이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이 물을 먹고 새 생명을 얻었다’ ‘사람 하나 살렸다’ 등 간증을 방불케 하는 댓글이 수백 개였다.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글에 나온 레시피에 따라 생명수를 제조했고, 과연 나 또한 효험을 얻어 다시 잠들 수 있었다. 제조법은 다음과 같다. 이온음료와 보리차를 같은 비율로 컵에 따른 뒤 설탕을 조금 넣어준다. 술병이 났을 때 속이 메슥거리는 것은 술을 해독할 때 많은 수분이 필요하기 때문. 구토를 하면 전해질이 빠져나와 몸의 기력도 떨어진다. ‘생명수’는 수분과 당분, 전해질을 함께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 물에 비해 훨씬 빠르게 속이 편해지고 기운도 차릴 수 있다.
술 정말 많이 마신 날엔 초콜릿 우유 '원샷'
비틀비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무도 없는 집에선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 ‘웅~ 웅~’ 들린다. 30분 전 시끌벅적했던 술집 분위기와 극적으로 대비돼 헛웃음이 나온다. 헛헛함 지우려 냉장고 뒤진다.먹을 거라곤 몇 달 전 엄마가 가져다준 오징어채뿐. 상했든지 말았든지 안주 삼아 소주랑 먹다 보면 어느새 몸은 침대에 가 있고, 다음 날 꼴사납게 ‘혼술’ 한 대가로 숙취가 찾아온다. 다시는 혼자 술 마시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맥도날드 가서 ‘초코 셰이크’를 주문한다.
달콤한 초코 셰이크를 들이켜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며 거짓말같이 두통이 멎는다. 위장을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울렁울렁거리던 속도 점차 진정된다. 실제로 초콜릿 우유는 알칼리 성분으로 산성인 알코올을 중화해준다. 게다가 알코올 분해를 도와주는 흑당, 타우린, 카테킨 등의 성분도 들어 있어 숙취 잡는 효과가 크다. 정말 술을 많이 마신 날이면 집에 들어가기 전 편의점에 들른다. 조그마한 숙취 해소제의 놀라운 가격을 보고 술이 좀 깨면, 5분의 1 가격인 초콜릿 우유를 사 먹는다. 숙취 해소에도 효과적이지만, 예방에는 더 특효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