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가 남북 철도 시범운행을 불허한 것과 관련, 경의선 북측 구간을 달리는 우리 열차에 실을 계획이던 경유(디젤)가 문제 됐던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이 본격 가동되면 유엔 안보리 결의로 대북 이전이 제한된 경유가 상당 기간 지속적으로 북한에 반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이 우려했다는 것이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까지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을 찾아가 거듭 협조 요청을 했지만, 미국 측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으로) 반출·반입 목록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외교 소식통은 "남북 철도 연결을 하려면 경유를 연료로 쓰는 디젤 전기기관차와 발전차의 투입이 불가피하며, 이것만으로도 안보리·미국 제재 위반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우리 전기기관차가 교류(AC) 2만5000V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직류(DC) 3000V를 쓰고 있어 남북 간 직통 운행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남북 철도를 당장 연결해 운행하려면 상당 기간은 디젤기관차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5월 문산~개성 구간, 2007년 12월 서울~신의주 구간에서 열차 시험 운행 때도 디젤 전기기관차와 발전차를 동원했다. 이때 투입된 기관차의 연료탱크 용량은 9800ℓ(약 62배럴)였다.

하지만 작년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 제5조는 "자국 국민에 의한, 자국 국적 선박·항공기·파이프라인·철도 혹은 차량을 사용한 북한에 대한 모든 정유제품의 직·간접적인 공급·판매·이전을 금지할 것"을 결정했다. 경유가 실린 철도 차량이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것만으로도 '철도를 사용한 정유제품의 이전'에 해당할 수 있다. 또 안보리 대북 제재위에 신고할 경우 연간 상한선인 50만 배럴까지는 경유 이전이 가능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불법 유류 환적 등을 통해 올해 이미 50만 배럴 이상의 정유제품을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