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브라질·터키 등 일부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외채 부담이 높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달러 유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현지 시각) 미 달러화에 대한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42페소로 치솟았다(화폐 가치 하락).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이 500억달러(약 55조67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조기 집행하기로 한 것이 오히려 불안한 투자 심리에 기름을 부어 화폐 가치를 떨어트렸다.

페소화 급락세가 멈추지 않자 이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기존 45%이던 기준금리를 단숨에 60%로 끌어올렸다. 세계 최고 수준 금리를 줘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외화를 막아보려는 것이다. 이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올해 말까지는 금리를 60% 밑으로 내리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울지마오! 아르헨티나여” - 30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한 환전소 전광판 아래를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전광판에는 1달러를 사려면 41페소가 필요하며, 1달러를 팔면 39페소를 내준다고 쓰여 있다. 대략 달러당 40페소의 환율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1달러는 17페소였는데, 최근 급격히 달러화 자본이 빠져나가며 페소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급격한 달러화 유출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세계 최고 수준인 60%로 올렸다.

10월 대선을 앞둔 브라질의 헤알화는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달러당 4.2헤알에 거래됐다.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2016년 탄핵으로 물러난 이후 정치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브라질이 재정 적자를 해결하지 못해 파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터키 리라화 가치도 이날 5% 가까이 빠졌다. 올 들어 이미 40% 가까이 가치가 떨어진 리라화는 이날 터키 중앙은행 부총재가 정부와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화 끝에 사임했다는 소식에 다시 급락했다.

31일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도 인도 루피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 인도네시아 루피화 가치도 아시아 외환 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금융 위기를 겪고 있는 신흥국은 그동안 너무 싼 대출에 과도한 의존을 해 왔다"면서 "이는 몇몇 국가들에 국한된 문제일 뿐 다른 나라 경제로는 불안이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