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가정 간편식이 대세(大勢)인 시대다. 면 요리 중 쉽고 빠르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라면이 꼽힌다. 우리나라 라면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 신라면과 안성탕면·너구리 등 인기 라면 제품을 판매 중인 농심은 최근 '스파게티 토마토' 신제품을 출시했다.
◇'레스토랑 스파게티'를 5분 간단 조리
농심이 개발한 '스파게티 토마토'는 뜨거운 물을 부어 5분 만에 익혀 먹는 컵 스파게티 제품이다. 고급 면 요리의 대명사였던 스파게티를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지금까지 스파게티 맛을 낸 라면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농심은 이번에 업계 최초로 기존 스파게티 면에 쓰이는 '듀럼 밀(Durum Wheat)'을 원료로 한 레토르트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듀럼 밀은 밀가루 중에서 가장 단단하고 입자가 굵은 종류다. 이 때문에 스파게티 면은 보통 끓는 물에서 10분가량 익혀야 한다. 농심이 라면 제품에 사용하는 밀가루 대신 듀럼 밀을 사용한 스파게티 제품을 내놓은 것은 꼬들꼬들한 면의 식감(食感)이 스파게티 면의 핵심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농심은 스파게티 토마토 면을 가운데 구멍이 있는 중공면(中空麵)으로 개발했다. 중공면은 익는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소스가 면에 스며들어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마토소스는 조리하기 좋은 분말 수프 형태로 만들었다. 올리브풍미유를 넣어 감칠맛과 향을 더했다. 이철준 농심 면개발팀장은 "면 개발에만 8년이 걸렸다"며 "면을 익히는 시간을 달리하면 면의 안쪽이 단단하게 느껴지는 알덴테(Al dente)로 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면 제품 개발의 선봉, 농심 R&D센터
스파게티 토마토 면은 서울 신대방동에 있는 농심 R&D센터에서 탄생했다. 농심은 1980년대 신라면, 너구리, 육개장사발면 등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면(麵) 개발에 앞장섰다. 1982년 육개장사발면을 내놓으며 용기면에 특화된 면발도 선보였다. 해외 논문과 관련 서적 등을 참고해 최적의 전분 혼합 비율을 찾아낸 결과였다. 기존 봉지 라면보다 얇고 쫄깃한 면발로 지금까지도 인기 상품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1982년에는 굵은 면발이 특징인 '너구리'를 내놓았다. 이때 개발한 굵은 면은 2015년 중국 음식점 짜장면과 같은 식감을 내는 짜장 라면 '짜왕'의 3㎜짜리 면발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1986년에는 현재까지 국내 라면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신라면'을 내놓았다. 강력분과 중력분 등 여러 종류의 밀가루를 섞어 신라면 면발 전용분을 탄생시켰다. 이를 계기로 다른 라면 회사들도 라면 제품마다 다른 배합의 밀가루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면의 형태나 제조 방법을 통한 변신도 꾀했다. 2015년 출시한 '맛짬뽕'은 국내 최초로 굴곡면을 적용한 제품. 면발에 세로로 길게 홈을 파 면발 사이에 국물이 흐르는 길을 만들었다. 2016년 내놓은 얼큰장칼국수는 면의 단면이 다이아몬드 모양인 도삭면이다. 가운데는 두툼하고 양끝으로 갈수록 얇아지는 형태라 부드러우면서 씹는 맛이 살아 있다. 최근 출시한 스파게티 토마토와 앞서 내놓은 건면새우탕은 기름에 튀기지 않고 열풍에 건조한 건면이다.
◇가성비 좋은 스파게티 제품
농심은 스파게티 토마토 신제품이 가격 대비 만족감이 높은 제품을 찾는 '가성비' 트렌드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먹방 관련 방송을 하는 유명 유튜버들이 "면의 모양과 식감이 스파게티에 가깝다" "기존 라면 스파게티 제품과 다른 식감"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소문을 타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고급 레스토랑 스파게티가 1만~2만원대이고, 즉석 스파게티 제품이 3000원 정도인 것에 착안해 편의점 스파게티 토마토의 소비자 가격을 1600원으로 맞췄다"며 "10대, 20대 등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호응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