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역사상 가장 낮은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 실업률을 싸워서 이뤄낸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일으킨 '샬러츠빌 폭동' 1주년을 맞아 자신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며, 흑인 등 소수자를 위한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시로 트위터를 통해 '흑인 실업률 최저'를 자신의 업적으로 자랑해왔다.

AP통신이 16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 주장이 사실인지 팩트 체크(fact check) 했다. 그랬더니 흑인 실업률이 197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은 맞지만, 인종 간 빈부 격차는 트럼프 재임 이후 오히려 역대 최대치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AP는 "많은 경제학자는 흑인들의 낮은 실업률이 트럼프 덕이 아니라 2009년부터 이어져 온 경제성장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흑인 실업률 통계도 지난 5월 5.9%로 가장 낮았다가 7월엔 6.6%로 뛰어오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흑백 빈부 격차는 더 확대됐다. 흑인 가구의 순자산 중간값은 1만7200달러(약 1940만원)지만, 백인 가구는 이보다 10배 더 높다고 했다. 2004년(7배)보다 더 벌어진 것이다. 자신의 집을 소유한 흑인의 비율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41.6%로 떨어졌고, 흑인과 백인의 주택소유 비율 격차는 1995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고 했다. 흑인 대졸자의 평균 연 수입은 백인 대졸자에 비해 1만3000달러가 적다고, 흑인 대학생의 학자금 부채는 평균 3만2047달러로 백인 학생 평균의 두 배 정도라고 했다.

백악관도 트럼프의 흑인 실업률 성과 홍보에 나서다가 실수를 저질렀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8년 임기 중 흑인을 위해 19만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2년 동안에 70만 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고 했다. 이 발언은 허위였다. 미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 8년 동안 흑인 일자리는 290만개가 생겼다. 샌더스 대변인은 15일 트위터를 통해 "실수를 사과한다"며 수정했다.